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해리스 디킨슨, 찰비 딘, 우디 해럴슨, 돌리 드 레온
먼저 제목부터 이해가 잘 안 된다. 슬픔의 삼각형은 뷰티 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눈썹 사이 주름, 혹은 기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의 미간과 코로 인해 생기는 삼각형을 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상을 찌푸리는 심각한 일들을 겪으며 살다 보면 자주 생기고 그러다 보면 주름이 각인된다. 보기 싫으니까 이 부분에 보톡스를 맞기도 한다. 예전에 버스를 탔는데 엄마와 7세 정도 먹은 아들 미간이 푹 파여 있어서 너무 놀랐다. 엄마가 인상 쓰는 걸 보고 아기도 따라 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7살짜리가 벌써부터 세상고통 다 맛 본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 왜 제목이 슬픔의 삼각형일까?그건 권력자만이 미간을 찌푸릴 수 있고 지배당하는 쪽은 스마일을 강요받으며 감정을 숨겨야하는 현실을 나타낸 거라고 한다.
호화 크루즈를 타고 가다가 난파하여 8명이 섬에서 겪는 일을 그린 영화라고 해서 재미있을 것 같아 골랐는데 엄청난 내용이 숨어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지배ㆍ피지배계층으로 나뉘어진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선장 밑에 선원들이 있고 그 선원 아래 배를 청소하는 청소부들이 있다. 물론 선장 위에는 배에 탑승한 부자고객들이 있다. 호화 유람선에서 저녁만찬을 하는데 배가 심하게 흔들려 부자 손님들이 아래ㆍ위로 오물을 쏟고 제일 하층 계급인 청소부가 열심히 치운다. 배의 선장은 술에 취해 자본주의를 선내 방송으로 비판하고 그 사이 배는 미친듯이 흔들리고 손님들은 변기에 앉아, 혹은 땅바닥에 뒹굴며 오물을 쏟아낸다. 고급외투와 보석을 걸친 우아한 자태는 사라지고 그냥 동물적 몸부림만 남은 채 배설할 뿐이다. 이때 변기뚜껑까지 열리며 배 전체에 오물이 흐른다.
그러다가 해적이 쏜 수류탄에 난파되어 이제 8명만 겨우 섬에 도착해서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맨 나중에 도착한 청소부 아줌마가 그 섬에서는 가장 생존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자신을 선장이라고 부르라고 명령한다. 고기를 잡고 불을 피울 수 있는 능력자이기 때문에. 결국 가장 멋진 남자를 밤마다 불러 자기 옆에 데리고 잔다. 거역할 수 없다. 먹을 것을 안 주기 때문에. 나머지 7명도 그녀의 특권을 인정하고 순응한다. 지금 우리들이 사는 세계처럼.
어느 날 섬에 있는 산을 한번 넘어가 보기로 한다. 선장인 여자와 현재 선장에게 남편을 뺏긴 여자, 둘이서 산을 넘어가는데 왠지 둘 다 살의를 할 충분한 동기가 있어 보여서 내내 불안하다. 마침내 산을 넘어가자 거기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진정한 리조트가 만들어져 있던 것이다.
좀 전까지는 암흑세계였다면 이제 화려한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이곳에는 어쩌면 원래 자신의 계급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 현실적 직감이 들게 한다. 가장 돌아가기 싫은 사람은 바로 현재 선장이 된 여자일 것이다. 이때 젊은 여자이자 남편을 뺏긴 여자가 하는 말, "앞으로 내 비서가 되어 줘요."
과연 선장의 선택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남편이 미친듯이 산을 넘는다. 왜? 많은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혹시 혼자 선장이 돌아왔다면 직감적으로 뭔가를 상상하며 달려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내가 혼자 떠났다고 생각해서 달려가는 건지. 아니면 두 여자 중 누구를 걱정해서 달려가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냥 여러분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엔딩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모처럼 재미있는 블랙코미디를 보았다.
** 극 중 예쁜 모델이자 멋진 남자의 아내 역할로 나온 배우 찰비 딘이 갑작스런 세균성 폐혈증으로 돌아갔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랐다. 이제 막 비상하려는 찰나 가 버리다니. 영화 속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