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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Jan 05. 2024

미셸 들라크루아 전시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미셸 들라크루아 그림을 보러 갔다. 1933년에 태어나 9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이다. 옥션에서 가끔 봤던 그의 그림을 좀더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갔다.

 처음에는그림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프랑스 시내 건물들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들을 그린 그림들이 많았다. 그림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연인들, 아이들, 개, 가족들이 주를 이룬다. 파리 시내에는 모텔, 식당, 까페들이 있고 연인들이 다정하게 걸어간다. 분홍색이나 빨강색으로 따뜻함을 강조하거나 빛, 조명으로 주변에 따뜻한 온기를 번지게 다. 편안한 색감들의 조화와 조명이 군데군데 밝음을 비추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차가움을 녹여주는 듯하다.

 예전에 크리스마스 카드나 동화책을 볼 때 반짝반짝한 화면을 보듯 어두운 이미지가 별로 없다. 우리의 삶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사랑하는 이들이 있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이웃들이 있어 분주하지만 말랑말랑하고 반짝반짝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각자의 우울로 뒤덮어 항상 무채색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자극적인 불빛을 볼 때에만 잠시 동화 속 어린아이의 동심이 된다. 

 그의 작품은 큰 건물들 아래 사람들이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걸 보여준다. 아주 작게 사람들을 그려 놓았다. 멀리서 구경하는 관찰자시점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배경을 이루는 건물들에 밝은 색과 밝은 조명들로 반짝이게 해 놓아 행복감을 준다. 사람들의 얼굴표정이 나타나지 않아 어디론가 바쁜 그들을 따라가면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어쩌면 우리 삶은 그가 바라보듯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계인지도 모른다.

 

 전시장에 가면 대부분 입구에 사람들이 바글댄다. 꼭 순서대로 안 봐도 된다. 한번 쓰윽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보고 다시 앞으로 와서 봐도 된다. 똑같아 보이는 그의 그림을 다시 와서 들여다보니 그의 붓터치도 더 잘 보이고 연인, 개, 아이들, 사람들이 매 그림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똑같아 보이는 착각이 일어난 걸 알았다.  그의 그림은 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환상 속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다 놓은 것이다. 화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랑, 소박한 삶, 일상이라는 걸 느꼈다.


 따뜻한 색깔을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미셸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보면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오만한 생각이 살짝 든다. 분명 착각일지 모르지만 아크릴 물감으로 가끔 그림을 그려보면서 화폭 가득 행복한 색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한가람미술관에서 미셸 들라크루아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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