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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글모음

플로리다 프로젝트

by 신기루

션베이커의 영화 '아노라'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그의 작품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다시 보러 갔다.

제목만 봤을 때는 크게 당기지 않았지만.

션베이커 작품에는 자본주의에서 최하층에 속하는 직업군이 나온다. '내 몸'이 자산이자 밑천이다. '아노라'에서도 몸을 팔다가 부잣집 아들을 만나 결혼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강제이혼을 해야 했고 그녀를 이해하는 같은 노동자계급 남자를 만나며 끝난다.

이번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아무도 노동을 시키지 않아서 돈을 벌지 못하는 여자가 나오고 그녀에게는 양육할 아이도 있다. 양육비를 벌지 못하게 되자 결국 9명의 남자에게 몸을 팔게 되어 당국으로부터 아이와 떨어지게 된다. 이때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무니'는 이제껏 당찬 모습과는 달리 친구를 찾아가'너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며 펑펑 운다. 코찡하는 순간.

미국에서 거의 빈민 수준의 생활을 하며 모텔에서 장기투숙을 하는 모녀의 이야기. '무니'의 엄마가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누구라도 그런 환경이 주어지면 반은 자포자기 하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반듯해라, 성실해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삐뚤어지고 싶고 반항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세상이 나를 거부할 때는.

션 베이커가 조명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명 낙오되는 자들. 자의든, 타의든. 태어나면서 정해진 계급사회에서 살아내는 사람들. 특히 하층민의 삶을 조명하는 그의 작품이 따뜻한 메시지로 끝나는 게 더 흥미롭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니'의 손을 끌고 무작정 달려 나가는 아이는 어른처럼 셈하지 않고 그냥 친구를 이해하고 받아준다. 매일 계산하면서 사는 어른들에게 아이는 '사랑''관계''순수''이해'를 가르친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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