졍진 작가 /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 복실이
여는말: 각기 다른 분야에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10명의 사람이 모여 매일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합니다. 10개의 질문마다 한 명씩 질문 하나를 맡아 브런치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졍진 작가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나는 아이가 없다. 하지만 내가 좋은 양육자이자 보호자일 것인가와 관련하여 복실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렴 개와 인간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를 사회화시키며 애정과 동시에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는 점은 비슷할 것 같다.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은 거절하는 법이다. 강아지가 사람에게 너무 달려들 때 적절하지 못한 행동임을 알려주기 위해 바디블로킹을 해야 한다. 다리나 몸으로 강아지를 쳐내는 것이다. 이때 세게 부딪혀 깨갱거릴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입질을 할 때는 큰 소리를 낸 뒤 방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다시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방문을 하염없이 보고 있던 모습만으로도 가슴이 찡했다.
시간관리를 잘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루 두 번의 산책과 터그놀이는 나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나도 내 할 일을 해야 하는데, 나를 쫓는 까만 눈동자를 보면 그럴 수가 없어진다. 조금만 더 놀자, 동네 한 바퀴만 더 돌자 하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집을 비울 일이라도 생기면 유독 신경이 쓰인다. 복실이는 달리 취미도 친구도 없는데 내가 놀아주지 않는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을지. 늘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내가 나쁜 보호자인 건지.
또 하나 고민스러운 것은 나의 이런 노력이 복실이의 행복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유튜브와 각종 카더라를 헤매고 다녀볼 때, 좋은 보호자가 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좋은 보호자가 되는 것이 강아지가 행복한 것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을까? 억지로 훈련을 시키고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막기보다, 가능한 선까지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이 강아지의 행복에 더 가깝지 않을까? 나는 복실이가 너무 좋고, 맛있는 간식과 재미있는 장난감을 사주고 싶고,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데. 나를 실수로 물더라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된다고 달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하지만 그것 또한 강아지의 행복이라기보다는 나의 행복에 가깝다. ‘가능하지 않은 선’은 분명히 온다. 나는 복실이의 매분 매초를 함께 할 수 없다. 점점 커지는 덩치와 힘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강형욱 훈련사가 했던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개들이 나왔다. 분리불안이 있거나, 너무 공격적이거나. 그 아이들이 아주 행복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결 방법은 항상 개가 아니라 보호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내 기분과 마음만을 고려한 애정,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는 복실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개가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부모견과 떨어져 자라는 강아지들의 경우라면 더더욱. 나는 복실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이 동네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나와 우리 집을 둘러싼 사회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니 개가 원하는 것만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주어진 상황 하에서는 복실이가 최고로 행복한 강아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졍진
읽고 쓰고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