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angerine
Dec 29. 2019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
-사람들의 일상생활 훔쳐보기-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영화의 제목을 비튼
이 질문에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서른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집은 늘 여기였고 여기니깐...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우리 동네의 재개발 논의가 이루어졌고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나는 집(고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웃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떠나기 시작했고
벨이 울리면 대문 앞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어디서든 행복하시라."
이제 동네에 남은 집은 두 집뿐...
우리집 이삿날이 다가왔다.
짐을 옮기고 난 쓸쓸한 빈 방들을 사진으로 각각 남기고
어릴 적 그렇게 커 보였던 집도
사진 한 장에 다 들어가도록 남긴다.
이리도 쉽게...
며칠 뒤, 아버지께 여쭈었다.
'그리우세요?'
묘한 미소를 띠시며 말씀하셨다.
'거기보다 생활환경이 좋아선지 그립진 않네.'
나 또한 그랬다.
평생을 살아온 그곳이 사라지고 없어진다는 것이
속상했지만 지금의 변화된 좋은 환경이
그곳을 그립게 만들진 않았다.
그때였을까?
이런 생각이 스쳤다.
하나, 사람은 과거보다 삶의 질이 더 나아지면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단 지금의 변화를 즐기느라 바쁘다.
둘, 어쩜 우리에게 '지리적인 고향'이라는 건
'가족이라는 관계'에 있지 '공간과 위치'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셋, '마음의 고향'이라는 것도 우리들의 기억에 있고
그 기억들을 함께 이야기 나눌 가족들이 옆에 있다면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집(고향)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