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부터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리고 구체적인 주제와 어떤 형식으로 글을 쓸지 정하지도 않고, 제목만 먼저 정해놓았다.
'서른일곱 늦지 않았다. 일도 사랑도'
제목을 정해놓으니 주제와 형식이 확정이 된 셈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써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제목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새로운 일과 사랑을 성공 또는 어느 정도 진행 중이어야 하고, 서른일곱 즈음이어야 한다.
왜 하필 서른일곱이었을까?
서른넷, 다섯은 이른 것 같고, 서른여섯, 서른여덟은 어감이 별로다. 서른아홉은 마흔을 넘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느낌이다. 그래서 서른일곱이 딱이었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느덧 서른일곱이 되었지만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했고, 사랑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슬프게도 그 제목은 내가 책을 내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제목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아예 못 쓸 제목은 아니었다.
마흔, 마흔 하나, 마흔둘... 나이만 달라지면 저 제목은 유효하다. 문제는 마흔이 넘은 지금도 새로운 일과 사랑을 시작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17년 전 입사했던 회사에 여전히 다니고 있고, 남친도 없다. 하지만 2020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마흔 하나 늦지 않았다. 일도 사랑도'를 쓸 수 있다.
올해는 이 제목의 책을 쓰기 위해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