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나는 항상 새 다이어리를 샀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는 새해 계획들을 가득 써놓았다.
시간이 흘러 새해 계획을 쓰는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쓰지 않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다이어리에는 쓰지 않지만 마음속에 하나의 인생 계획이 생겼다.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마음 가짐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긴 어렵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1) 회사에서는 천사로 불리는 부장님인데 집에만 오면 폭군이 되어 가족들을 괴롭히는 사람
이 사람은 회사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가족들에게는 나쁜 사람이다.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바로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2) 주위 사람들에게는 얻어먹으려고 만 하고, 기부는 많이 하는 사람
이 사람은 좀 애매하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또,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도 모하다.
기부라는 좋은 일을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기피 대상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위의 예시들처럼 그 사람과의 관계와 상황, 입장 등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의 기준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고 좋은 정도에 따라 100% 좋은 사람, 70% 좋은 사람 이런 식으로 수치화할 수도 없다.
그럼 좋은 사람의 절대적인 조건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고, 이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이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최소한의 조건이자 시작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첫 번째 예시로 들었던 사람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이유는 '회사 사람들'은 존중했지만 '가족'들은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막대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인격체에 가족이라는 역할을 그 위에 덮어버려 사람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려서 생기는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상사와 부하직원은 업무적으로 정해진 위치인데 그 사람 자체를 자기 아래로 보고, 하대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이런 비슷한 사례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친구를 본인의 입장만 생각하여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대하거나 손님이라는 이유로 갑질하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이다.
역할과 위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계속 달라지며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상사지만 다음 회사에서는 부하 직원으로 만날 수 있으며 손님이었다가 직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역할이나 위치, 상황이 변해도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인 건 변함이 없다.
그런데 사람에 대한 존중은 마음속으로만 하면 알 수가 없다.
표현을 해야 한다. 그 마음을 말하는 게 사람을 존중하는 표현의 시작인 것 같다.
고마운 일이 있을 때 고맙다고 말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요즘에는 이런 기본적인 표현에 인색하다.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부딪혔을 때 사과하는 경우가 별로 없고, 제 갈길 가기 바쁘다.
가까운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말 안 해도 알아주거나 이해해 줄 거라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던 가까운 사이이던 상관없이 마음의 표현을 해야 한다.
인성보다 공부와 돈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문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중요한 건 당연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생각하고, 교육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지금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어쩌면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좋은 사람의 최소 조건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인데 등한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나의 인생 계획은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