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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Jun 22. 2020

다시 들어본 90년대 댄스곡들의 특이점

그때는 이 느낌이 아니었는데...

코로나로 재택을 하면서 최신 음악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일하곤 했다.

그러다 요즘 '놀면 뭐하니?'에서 90년대 느낌의 여름에 어울리는 댄스곡을 만드는 걸 보고, 90년대 음악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때 노래들은 스토리 위주의 가사가 많아 외우기도 쉽고, 따라 부르기도 좋았다.

노래를 듣다 흥이 나면 따라 부르기도 했는데 즐겁게 따라 부르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가사들과 사뭇 느낌이 달라진 곡들이 있었다.

핑클 - 내 남자 친구에게

call me call me call call give a call
내 모든 걸 원한다면 너에게 줄게.
지금 이대로 너의 품속에 나를 데려가 줘 난 니 거야.

이 노래가 나올 당시에 핑클을 좋아하지 않아서 정확한 가사는 몰랐었다.
(당신 H.O.T, 젝키 팬들은 같은 기획사 걸그룹이라는 이유로 S.E.S와 핑클을 싫어했었다.)

체크무늬의 스쿨룩을 입고 귀여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서 남자 친구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내용인 줄 알았었다. 근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음... 그 고백이 마음만의 고백이 아닌 것 같다.

몸도 포함된(?) 고백이라고나 할까?

그 당시에 이미 이런 의미를 가졌는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고, 내가 나이 듦에 따라 해석도 좀 더 깊게 한 걸 수도 있지만 귀여운 소녀의 수줍은 고백이 아닌 당찬 소녀의 패기 넘치는 고백인 걸 알았다.


포이즌 - 엄정화

널 뒤로한 채 그냥 걸었어. 미안해하는 널 위해
참아온 눈물 보이기 싫어 나 먼저 일어선 거야.
오늘이 올 줄 알고 있었어. 우리 사랑 끝나는 날
잘못된 우릴 하늘이 분명 용서 할리 없으니까.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
그녀의 행복을 내가 가졌으니
다신 이런 아픔을 남기지는 마 나 하나로만 된 거야.
모두를 속여가며 사랑한 넌 더 힘들었니
이젠 꿈에서라도 나를 찾지 마 난 니안에 없는 거야.
이대로 나를 잊고 돌아가. 그녀의 품으로

예전에 들을 때는 슬픈 댄스곡이라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가사의 주인공이 가해자인데 피해자 코스프레도 모자라 비련의 여주인공인 척 쩐다.

양다리라는 걸 몰랐다면 주인공도 피해자이겠지만 알고도 계속 관계를 유지했으니 공범이다.

진짜 피해자는 원래 여자 친구인데 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격이다.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터보 - Love is (3+3=0)

이 노래는 '트위스트킹'에 이은 후속곡으로 나는 이 노래를 더 좋아했다.

한 남자의 순애보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순애보가 아니라 집착이라 무섭다.

우린 6년 전에 만났지 널 사랑하게 됐어내 마음을 숨긴 채 널 따라다녔었지.
내 친구는 나를 위해 애썼고 마침내 내 사랑을 3년 만에 고백하게 됐어.
세월 흘러가서 3년 되던 날 나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그때서야 힘겨운 고백을 했어.
아무 대답 없이 앉아만 있던 너 무슨 얘기라도 해주길 바랬어.
한참 지난 후에 어렵게 꺼낸 말
너도 나를 좋아한다는 그 말
나를 친구로서 좋아는 하지만 사랑 느낀 적은 없다고
영원히 좋은 친구로만 남아 사랑은 하지 말자고
그 말 듣자마자 군대를 가버렸던 거야 친구에게 널 맡기고 내 자릴 비웠지.

친구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냥 친구도 아니고 영원히 좋은 친구라며 너는 죽어도 싫다고 쐐기를 박았는데 못 알아들었다.

거기다 친구에게 맡기고 군대 갔다고 했다.

아니 친구가 반려동물도 아니고, 뭘 맡긴다는 건지...

그 친구가 들었다면 당장 손절했을 말이다.

둘은 면회 왔었고 믿었지.
그러나 내 친구와 약혼했고 나만 이제 혼자야.
다행일지 몰라. 이런 일들이 널 맡겨 논 가장 친한 친구가 네게 생긴 새로운 사랑이란 게
혹시 다른 남자 사랑을 했다면 다신 널 볼 수가 없을 테니까
가장 친한 친구 애인이 됐으니 네가 행복한 걸 볼 수 있잖아.
친군 내 앞에서 미안해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걸 어차피 너의 곁에 남은 채로 너만을 사랑할 테니

친구가 좋아하는 걸 알지만 여자는 분명히 거절했고, 둘의 마음이 통했다.

많이 속상하겠지만 둘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존중 못하겠다면 인연을 끊어야지 곁에 남은 채로 계속 사랑하겠다니 정말 소름이다.


Love is가 남자 스토커 느낌이라면 하늘 딸 별땅은 여자 스토커 느낌이다.


비비 - 하늘땅 별땅

니가 야한 여잘 좋아한다 해서 그런 스타일에 옷만 샀는데
니가 애교 많은 걸 좋아한다고 해서 날마다 연습했는데
니가 수다 많은 여잔 싫다 해서 그저 조신하게 지내왔는데
니가 머리 빈 여잘 싫어한다고 해서 그 좋은 드라마도 안 봐. 헌데 그러면 뭘 해 아무 소용없잖아.
그러는 동안 네게 애인이 생겨버린걸 난 울고 있지만 그래도 너를 단념할 수가 없어. oh baby 땅끝 땅끝도 하늘 별 끝 별 끝도 난 너를 따라갈 준비돼있어.
돌아와. 가까운 곳에 그렇게 니가 원하던 너만을 위한 그런 여자 있잖아.
나 만큼만큼만 아니 더 큰 더 큰 정 네게 줄 사람 있으면 찾아봐.
내게 와. 나의 곁으로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난 기다릴 거야.

우선 야한데 애교는 많아야 하고, 말은 적으면서 지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이상한 남자를 꼭 좋아해야겠음?   

그리고 머리 빈 거랑 드라마 보는 거랑 뭔 상관? 드라마는 하나의 취향일 뿐인데.

근데 젤 이상한 건 고백한 것도 아니고 혼자 짝사랑하면서 그 남자의 이상형에 본인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동안 그 사람에게 애인이 생겼고, 엄청 억울해하고 있다.  

그리고 온 적도 없는데 뭘 돌아오라는 거지?

세상 정 다 줘도 너한테는 안 갈 남자야. 세상이 끝나도 안가!

주라주라주라~♩♪ 그 남자 놔주라~

   


그 당시와 너무 다른 느낌을 갖게 된 걸 보면 지금과 시대상도 다르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해서 일 것이다.

이 노래들의 느낌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신나게 따라 부르게 되고, 추억도 돋게 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에서도 90년대 감성의 댄스곡을 찾는 것일 테고, 나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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