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권력을 쥐는 사이버 레커

<토끼전> 속 거짓

쯔양 "4년간 맞아" 충격 고백...'렉카' 유튜버 갈취 협박까지 (JTBC 뉴스/2024년 7월 11일)

작년 7월, 유튜버 쯔양의 폭로와 함께 급부상한 용어가 있었는데 바로 사이버 레커다. 폭로 전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쯔양이 다수의 사이버 레커에게 과거 사생활을 빌미로 금전을 갈취당했다는 방송이 폭로의 계기였다. 이에 쯔양은 과거사를 밝히게 되는데 소속사 대표였던 전 연인으로부터 교제폭력과 불법촬영 피해에 시달리다 강요에 의해 유흥업소에서 잠시 근무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로부터 협박과 금전 갈취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금전을 갈취한 유튜버들은 공갈, 협박, 강요죄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사건을 접했던 필자는 사이버 레커가 특정인을 단순히 왜곡된 선동의 대상에서 갈취의 대상으로 확장시킨 점에서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자양분은 왜곡된 소문으로부터 발현된 거짓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특정인이 연루된 부정적 사건/사고를 핵심 소재로 삼은 콘텐츠 제작 및 유포하는 이슈 유튜버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특정인과 관련된 정황이 있으면 온라인 공간에 앞다퉈 해당 사건에 달려드는 이슈 유튜버들의 모습이 마치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여러 레커(사설 견인차)들이 경쟁적으로 현장에 몰려드는 모습과 비슷해서 용어가 탄생하게 된다. 이를 처음 표현한 게임유튜버 김성회는 '가장 먼저 사건 현장에 도착한 레커가 사고 차량을 독점하는 승자독식구조가, 가장 먼저 영상을 올린 유튜버가 조회수를 가져가는 것과 흡사'하다며 용어의 원리를 밝힌 적 있다.


본래 역할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하나의 이슈를 분석해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특정인의 사건/사고를 다루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악의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조작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부정적 의미로 변질됐다. 그들의 콘텐츠는 사실확인을 통한 문제의 본질보다, 대중의 이목을 끌어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늘리고자 근거 없는 소문을 자극적으로 구성해 특정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여기서 주목도와 신뢰도를 뒷받침하려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을 통한 가짜 섬네일은 물론 가짜 인터뷰까지 삽입한다. 결국 왜곡된 소문이 곧 그들의 소재이며 이를 가공해 '거짓' 여론을 형성한다.


특히 연예인, 스포츠선수, 정치인 등 유명인의 결점, 사고, 실수 등을 집중 조명한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와 사생활 침해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는 쯔양 이전에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과 솔로 남가수 강다니엘 사례로 이미 심각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둘을 겨냥한 유튜버 '탈덕수용소'는 K-POP 아이돌 그룹 및 멤버를 상대로 여러 날조 및 허위사실에 기반한 악의적인 루머로 비방을 일삼다 장원영과 강다니엘에게 각각 5000만 원과 3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는 대중에 사이버 레커의 도 넘은 행위가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범죄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각인되었다.


고전에도 거짓은 치명적인 독


거짓이 특정인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고전 문학에서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이 있다. 본래 인도 경전 <자카타>의 본생 설화에서 시작해 중국 한역경전의 불전 설화에 근원을 두고 성립된 작품이다. 외국의 설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문헌 설화로는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나타난 구토설화, 구전 설화로는 불전 설화가 토착화한다. 조선 후기에는 판소리 사설화를 거쳐 대본으로 정립한 <수궁가>, 판소리 대본을 소설화한 <토끼전>이 등장한다. 설화에서 판소리계 소설까지 확산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모를 거치다 보니 120여 종의 이본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본에 따라 '별주부전', '토생전', '별토가' 등으로 불린다. 필자는 내용이 간결한 점이 특징인 경판본 <토생전>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려 한다.

encykorea-토끼전.jpg <토끼전>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병세가 있는 용왕은 어떤 약에도 효험이 없자, 토끼 간으로 환약을 만드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도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렇게 신하들과 다음 계획을 의논하는데 충신 별주부가 자처하며 토끼를 잡으러 육지로 향한다. 별주부는 육지에서 토끼를 찾아 사냥을 당하거나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육지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대신 부귀와 환락으로 평생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용궁의 이점을 이용해 설득한다. 별주부의 계속된 설득에 홀린 토끼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용궁으로 내려간다. 용왕은 토끼를 확인하자 곧바로 그를 생포해 수직적 위계를 내세워 간을 내어야 하는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에 토끼는 꾀를 부려 간을 육지에 놓고 왔다며 말하자 용왕은 거짓임을 알고 분노한다. 토끼는 증명을 위해 사타구니에 뚫린 구멍을 보여주자 용왕은 설득되고 신하들의 반박에도 토끼와 별주부를 다시 육지로 올려 보낸다. 수궁에서 탈출한 토끼는 별주부를 농락한 뒤 숲 속으로 돌아가자 별주부는 수궁에 돌아갈 명분이 없어 자결한다. 이후 용왕은 병세가 악화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별주부와 토끼의 상호대결을 간접적으로 부추긴 용왕의 시점에 주목해 보면 주관에서 비롯된 성급한 판단이 맹목적인 신뢰로 이어지는 거짓의 특성을 보여준다. 서두에서 건강 회복에 눈이 먼 용왕은 도사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도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에 대한 어떠한 기원도, 정보도 나타나지 않는다. 작중에서 '하루는 홀연히' 등장했다고만 묘사된다. 또한 그의 제안도 실질적으로 토끼 간이 용왕의 병을 완전히 낫게 한다는 근거도 불분명하다. 다만, 병세가 위독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하늘의 뜻을 아래에 알리는 신의 매개체가 도사였기에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타당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용왕은 애석하게도 토끼의 거짓마저 믿었다. 간을 대소변처럼 누다 육지에 두고 왔다는 토끼의 허무맹랑한 거짓에 용왕은 신하들의 발언에도 끝내 신뢰했다. 그 거짓에 의해 관계를 역전당한 용왕은 오히려 자신의 생명이 토끼의 저울질에 위협당하는 꼴에 놓인다. 허위를 퍼뜨린 토끼는 용궁에 탈출해 생명을 부지한 반면 용왕은 간을 획득하지 못했을뿐더러 생명까지 보전하지 못했다. 앞서 신하들은 흐려진 판단을 정교히 바로잡는 본분에 이행했음에도 용왕은 그저 신념과 목적에만 의지한 채 거짓을 참으로 인식한다. 결국 토끼의 왜곡된 진실은 곧 거짓이 되고, 그 거짓은 용왕이 피폐에 물들이는 치명적인 독이 된 것이다.


그들의 거짓에 대항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법적 규제


병세에 대처하는 용왕의 행적은 마치 사이버 레커에 의해 논리적 판단이 흐려진 이용자들을 연상시킨다. 용왕이 눈앞에서 토끼의 논리를 식별하지 못했는데, 시청자 또한 화면 속 정보를 식별하는 명확한 방법은 없다. 미디어 환경이 끊임없이 발달하면서 정보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무분별한 정보량이 증가하고 더불어 실제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하는 AI 기술 발달로 진실과의 구분은 더욱 어려운 실태다. 이에 따라 개인의 신념과 감정에 따라 거짓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탈진실 시대'가 도래한다.


결국 이용자 스스로가 자극적인 소재와 섬네일을 그대로 믿기보다, 정보의 신뢰도를 파악하고 의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필요하다. 자세히 풀어보면 미디어 속 정보나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생산 및 전달에 있어 윤리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이용자의 속성은 곧 사이버 레커에게 돈이 되는 구조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이버 레커가 제기한 의혹에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받아쓴 언론의 보도를 통해 거짓에 더 확신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이 논의는 가령 이용자뿐만 아니라 사건/사고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언론인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다.


또한 사이버 레커들이 기생하는 환경적 요인을 끊는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에 숨어 활동하는 사이버 레커의 신상을 확인하고 피해자의 구제를 신청하는 절차가 복잡하다. 실제로 구글의 유튜브는 미국 법령에 따라 표현의 자유 보호 이유로 수사 협조와 규제에 소극적이다. 앞서 언급한 '탈덕수용소'의 경우에도 미국 법원부터 구글까지 신원을 확인하는데 약 3개월이 소요됐다. 그 사이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장기화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온라인 플랫폼 차원의 협조와 규제 강화가 거론된다. 또한 명예훼손죄 형량을 강화해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임시조치 기간을 30일에서 60일 연장,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필자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할 때 사이버 레커들의 영상을 접했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해외에서 뛰는 한국인과 관련한 사실을 조작해 주변 외국인 동료를 힐난하는 영상을 수도 없이 접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영상에 의혹하긴커녕 정보에 긍정하고 옹호하는 댓글들이었다. 이는 <토끼전> 용왕과 같이 취향에 따라 거짓을 진실처럼 신뢰하고픈 면모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거짓으로 권력을 쥐는 사이버 레커는 특정인을 제물 삼아 이용자에게 확증 편향을 일으켜 무수한 피해를 낳는다. 미디어의 거듭된 발달에 가려진 사이버 레커 피해자의 현실을 방조한다면 <토끼전> 용왕의 비극이 현대에도 반복될 것이 뻔하다.


참고자료


https://www.pinpoi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579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989423?sid=102

https://www.kpf.or.kr/front/board/boardContentsView.do?board_id=246&contents_id=32bd1407e6924ae39639543bb9a19a3b


keyword
이전 05화어쩌면 낙인으로 다가갈 MB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