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지 말 것

마이클 잭슨 - Keep the Faith (1991)

by 이지오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찰나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 『고린도후서』 4:18



인간은 밧줄을 던지는 존재다. 밧줄 끄트머리에 고리를 만들어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보다 높은 곳을 향해 던진다. 고리가 걸리면 밧줄을 부여잡고 비탈길에 오른다. 언덕을 오르고 있는 그의 가슴은 머잖아 눈앞에 이상적 세계가 펼쳐질 기대로 가득하다.


우리는 그걸 희망이라 부른다. 그렇게 인간은 희망으로 고통을 극복해나간다. 그러면 이때 그 밧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믿음(faith)이다.




당신은 가장 높은 산에 오를 수도 있고

가장 깊은 바다를 헤엄칠 수도 있죠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강한 의지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말이죠


오직 믿음만 유지하면 돼요

누구도 당신을 방해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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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클 잭슨 8집 《Dangerous》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명곡도 많은데 <Keep the Faith>도 그중 하나다. 가사는 여느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언어가 갖는 힘은 단지 그 문자에만 있는 게 아니다. 흔하디흔한 문장도 마이클의 성대를 거치면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도입부를 여는 마이클의 미성을 듣고 있노라면 빙판 위를 소금쟁이처럼 잔잔하게 미끄러지던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떠오른다. 그녀가 서서히 자세를 낮추다가 어느 순간 돌고래처럼 팍! 하고 튀어 올라 트리플 러츠를 성공시키듯 마이클도 곡의 절정부에서 사자후를 토해낸다.


“Don't let nobody take you down(절대 그들이 널 끌어내리도록 놔두지 마).”




나는 깨달았다. 지금껏 내게 실패의 위험만을 가르친 사람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그중엔 진심으로 나를 염려한 사람도 있겠지만, 훨씬 더 많은 경우 나를 자기 발밑에 두기 위해 그랬다는 걸.

그들이 원하는 건 하나다. 내가 얌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 감히 그들을 앞지르려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어느 날 심슨 가족(만화 캐릭터)이 사는 지구에 종말이 찾아왔다.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만이 승천하여 신 곁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심슨 가족 중엔 오로지 리사만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평소 인권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머가 리사의 발목을 잡고 땅으로 끄잡어 내렸다. 아빠를 두고 혼자 승천하는 ‘건방진’ 딸을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사람들의 심리도 딱 이와 같다. 내가 올라가지 못할 바에야 올라가는 다른 사람 발목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려 한다. 그러면서 <별그대>의 전지현 대사처럼 “너도 내가 있는 구렁텅이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하는 것이다.

그들은 게으르다.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을 보면 불안해진다. 그들은 겁쟁이다. 그래서 도전하는 사람을 보면 조급해진다. 그들은 “불가능해” “여태껏 그런 전례는 없었어” 같은 말들을 입에 달고 산다. 상대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싸구려 방해 공작에 불과하다.


당신에게 어떠한 목표가 생겼다면, 일단은 남들이 뭐라 하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가끔 타인의 조언도 유용할 때가 있지만, 애써 들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본능적으로 안전을 추구하도록 태어난 당신은 타인의 말에 필요 이상으로 휘둘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직 이 한 마디다.

“네 자신을 믿어(Keep the faith)!”



모험을 한다는 건 현재의 지지기반을 잠시 잃는 것이다. 하지만 모험을 하지 않는 건 나 자신을 잃는 것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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