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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Mar 07. 2024

햇살 같은 D에게

  언제나 시간의 양이 우정의 깊이를 가늠한다 생각해 왔는데, 그건 그런 인연들만을 만난 좁은 세계의 무지였다. 중요한 건 시간의 양보다 질이다. 특히 D와는 지난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얼마나 힘에 겨웠는지, 매번 말해도 말해도 닳지 않는다. D가 빠진 그 시절은 사라진 퍼즐 한 조각이 아니라, 한 조각만 남겨진 퍼즐과 같다. 이후에는 다양한 종류의 퍼즐이 그 주위를 둘러쌌다. 그렇기 때문에 D 퍼즐은 영영 잃어버리거나 바래지지 않기 위해 가장 튼튼한 액자에 넣어 보관한다. 영원히 온전할 퍼즐로부터 지금까지, 나는 D에게 깊숙이 고마워하고 있다.  

  


  나는 종종 D를 햇살 같다고 생각한다. 뭘 모르는 이들은 햇살이 쉽게 부서진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햇살은 부서지더라도 언제나 반짝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부서진다. 부서지고 뭉쳐진다. 뭉쳐지는 사이 눈이라던가 모래라던가 설령 먼지라던가 하는 것들이 함께 따라온다. 그렇게 조금씩 몸집을 키운다. 그렇다면 매일 부서지는 사람의 몸집은 얼마나 크겠는가. 얼마나 단단하겠는가. 거기에다 D는 반짝이기까지 한다. 이미 거대하고 단단하고 반짝이는 D를 나는 종종 부러워한다. 내가 D를 알지 못하는 시간보다, 아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깊어깊어지고, 언제까지고 반짝일 D를 바라보고 싶다.

        


               D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을 담아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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