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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Mar 21. 2024

유행가를 짓는 E에게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이분법적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E와 함께한 시간들은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세계에 던져진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거의 매일을 만났다. 수업이 있는 날이건, 없는 날이건 매일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쌀쌀하고도 퀴퀴한 그곳에서 나란히 앉아 각자의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해가 사그라들면, 가끔 멋진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루는 탁 트인 옥상에서 진득한 노을을, 또 하루는 저 멀리 터지는 환희의 불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름답고 금방 사라져 버리는 그것들은 우리의 청춘을 노래하기 좋았다.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청춘가는 이내 유행가가 되었다. 그때의 우리를 단번에, 기쁘고 뭉클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E는 단호하면서도 다정하다. 막연한 다정보다도 다정한 것이 단호한 다정이라는 사실을 안다. E의 단호함에는 굳센 기준이 있다. 그것을 뚫고 나오는 다정은 어떤 지지 보다도 강력하고, 어떤 위로 보다도 따듯하다. 덕분에 나는 열심히 열심히 자라났다. 나도 E에게 단호한 다정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E가 무럭무럭 높이높이 자라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우리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수만 있다면. 언젠가 박수치는 나뭇잎과 함께 그저 유행가일 우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



                                  E가 생각나는 3월, 사랑을 담아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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