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쿨하지 못해 미안타.
사춘기 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내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혼내고 훈육할 때면
참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이겨내야 한다.
오늘 딸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저녁 9시가 되어
아이와 함께 보던 드라마를 껐다.
아이는 내가 리모컨을 끄는 동시에
"아직 9시밖에 안 됐는 데에~~~~!!!"
라며 신경질을 냈다.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오늘 같이 쉬는 토요일 밤에는
좀 더 늦게 자고 싶은 마음도 안다.
그러나 나는 가족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가르치고 싶었다.
"딸아, 엄마가 티브이를 끄자마자
신경질을 내며 엄마에게 말하니
엄마도 기분이 안 좋단다.
다음번에는 티브이를 더 보고 싶은데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거나
늦게 자고 싶으면 그렇다고
엄마에게 요청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 너의 말투와 행동은
너의 친구에게 하듯 하는구나.
엄마는 친구처럼 너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서로 지켜야 할 예의와 선이 있단다.
엄마는 너에게 그 부분을 가르치려 해.
네 방에 들어가서 엄마가 말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엄마에게 오렴."
자기 방으로 들어간 딸은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에게 왔다.
그러나 그다음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엄마가 하는 말 다 알고 있어.
지겨우니까 그만해.
엄마에게 미안한 거 없어."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 된
딸이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가르치려고 하는 부분이
먹히지 않는다. ㅠㅠ
내 말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힘들다.
사실 요즘 들어 사춘기 초기 증상이
시작된 듯하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싫어! 싫은데!"라고
0.1초 만에 대답한다.
사춘기 때 나도 그랬을까?
우리 엄마는
내 반항끼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잘도 틀어막았는지
난 사춘기를 모르고 지나왔다.
엄마에게 반항?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딸의 사춘기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나도 어릴 때
누구나 다 하는 반항 좀 할 걸 그랬다.
후회가 된다.
차라리 반항하는 게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내 아이의 반항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나 보다.
책에서 글로 배운 내용과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사춘기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 와닿지가 않네.
이렇게 또 좌충우돌하며
울며불며 눈물 콧물 다 쏟으며
하나씩 배워가야 하나보다.
아프다.
그런데...
내가 아프듯
딸도 아프겠지.
너도 나도 참 짠하다.
왜 그랬을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더 보고 싶은가보네."
"오늘은 좀 늦게 자고 싶나보구나."
라며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었다면
더 나이스 한 엄마로 점수를 땄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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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쿨하지 못해 미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