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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끄고릴라 Mar 18. 2023

엄마가 쿨하지 못해 미안타.

사춘기 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내 아이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혼내고 훈육할 때면

참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그럼에도 엄마

그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이겨내야 한다.



오늘 딸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저녁 9시가 되어

아이와 함께 보던 드라마를 껐다.

아이는 내가 리모컨을 끄는 동시에


"아직 9시밖에 안 됐는 데에~~~~!!!"


라며 신경질을 냈다.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오늘 같이 쉬는 토요일 밤에는

좀 더 늦게 자고 싶은 마음도 안다.


그러나 나는 가족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가르치고 싶었다.



"딸아, 엄마가 티브이를 끄자마자

신경질을 내며 엄마에게 말하니

엄마도 기분이 안 좋단다.

다음번에는 티브이를 더 보고 싶은데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거나

늦게 자고 싶으면 그렇다고

엄마에게 요청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 너의 말투와 행동은

너의 친구에게 하듯 하는구나.

엄마는 친구처럼 너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서로 지켜야 할 예의와 선이 있단다.


엄마는 너에게 그 부분을 가르치려 해.

네 방에 들어가서 엄마가 말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엄마에게 오렴."



자기 방으로 들어간 딸은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에게 왔다.

그러나 그다음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엄마가 하는 말 다 알고 있어.

지겨우니까 그만해.

엄마에게 미안한 거 없어."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 된

딸이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가르치려고 하는 부분이

먹히지 않는다. ㅠㅠ


내 말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힘들다.





사실 요즘 들어 사춘기 초기 증상이

시작된 듯하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싫어! 싫은데!"라고

0.1초 만에 대답한다.

 



사춘기 때 나도 그랬을까?

우리 엄마는

내 반항끼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잘도 틀어막았는지

난 사춘기를 모르고 지나왔다.


엄마에게 반항?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딸의 사춘기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나도 어릴 때

누구나 다 하는 반항 좀 할 걸 그랬다.

후회가 된다.


차라리 반항하는 게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내 아이의 반항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나 보다.



책에서 글로 배운 내용과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사춘기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 와닿지가 않네.


이렇게 또 좌충우돌하며

울며불며 눈물 콧물 다 쏟으며

하나씩 배워가야 하나보다.



아프다.


그런데...

내가 아프듯

딸도 아프겠지.


너도 나도 참 짠하다.


왜 그랬을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더 보고 싶은가보네."

"오늘은 좀 늦게 자고 싶나보구나."


라며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었다면

더 나이스 한 엄마로 점수를 땄을텐데...


.

.

.


엄마가

쿨하지 못해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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