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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May 17. 2024

너의 인생, 나의 인생

결국 남편-

모처럼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 하룻밤 재우고 온다는 것

애들이 없다고 특별히 뭔가 굉장히 재밌는 일들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만으로도 설레는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게 금요일이라면 말이다-


당일이 되어서야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지난번 중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그리고 나도 혼자만의 시간을 맞이할 때는 너희를 생각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그렇지만 연락을 하기까지 해 볼까, 말까 하는 약간의 고민이 필요했다.


당일에 연락하는 거니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그럼 거절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 감정을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의 고민이 필요했지만 결과가 어떤들 나의 마음만 전달되면 된다는 생각이 더 컸기에 출근길 문자를 남겼다.


두어 시간 뒤 도착한 답문은 역시나 못 만난다는 것이었고

거절? 당한 감정보다 오히려 상대방과 멋쩍어지는 상황이 더 느끼기 싫었던 나는 최대한 쿨하고 더 쿨하게 답장을 보내고 마무리했다.


그다음은 별로 부담이 안 되는, 안 될 걸 알면서도 고등학교 단톡방에 문자를 날렸다. 안된다는 걸 너무 예상해서 그런 건지 이번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땐 분명-


근데 여러 대화를 주고받고 끝내고 보니 뭔가 마음이 싱숭해지면서 더 이상 내 주변엔 만날 사람이 없는 건가? 하는 나만의 세상에 빠지며 감정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불똥은 이상한 쪽으로 튀었다.

나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당장 달래주지 않는, 아무런 연락이 없는 황남편이 미워졌다.( 자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거짓말처럼 황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정말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것처럼 때마침! 딱!

그리고 또 한 번의 거짓말처럼 내 마음은 스르르 녹았다

어리광은 애들만 부려야 하나? 나도 절로 튀어나오는 어리광인걸-


간단하게 줄여 그래도 날것의 감정을 옮겨 보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오히려 그 문제를 비슷한 이야기로 돌려 나의 감정을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

그래서 유독 황남편과의 감정에선 숨기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내뱉어 버리곤 하나보다.


그리고 정말 괜찮아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고 그 시간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하며 불금을 지새울 나만의 시간을 더욱 업 시켜줄 맥주와 오늘의 걸맞은 안주는 무엇으로 준비하여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상상하며-


집에 도착하면 챙겨야 할 아이들이 없으니 가볍게 집안일을 훌훌 날아다니며 빠르게 그리고 깔끔하게 치우고 나서 나도 개운하게 씻은 뒤 냉장고에서 시원하다 못해 짜릿한 맥주를 그리고 그 옆엔 안주를 세팅하고 티브이의 채널을 맞추고 나의 엉덩이도 자리를 잡으면 나만의 세상이 시작되니까-


모두 각자만의 일상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 바쁘며 나도 그렇게 살아가는 와중에 마침 시간이 난 것인데

그 상황에 내가 만나기 원한다고 바로 만날 수 있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란 걸 알면서도 내 마음만 생각했다.


내가 안 되는 상황에서 너무 자유롭게 만남을 이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시기 질투가 났고 그 부러움 너무 커 상황을 마주하기조차 싫은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 마음을 다 해결한 것은 아닐뿐더러 함께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과 느낌을 받을 때면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걸 인정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 속 각자의 모습, 지내고 있는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일 뿐

우리는 각자 모두 자신들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그중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아 내가 상대적으로

이해를 못 받는다고 스스로가 느끼는 거뿐이지 어떠한 잘못도 아니고 당연한 상황이라는 걸 말이다.


오히려 연락 후 지나고 보니 거절? 당했지만 마음이 좋아졌다. 처음 마음처럼 상대방도 내가 상황이 되면 만날 의사가 있다는 내 진심을 알아줬을 것이고 나도 시기 질투했던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나 원래의 모습으로 한걸음 다가갔다는 것이란 걸 알았으니 말이다. 성공!


디데이는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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