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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May 18. 2024

큰일 날뻔했어요!

귀가 아프면 예민해지는 이유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 6학년? 에서

중학생 때 일인 거 같다. 정확히 기억하는 건 귀가 아프기 전날?! 수영장에 다녀왔었는데 다음날 저녁 귀가 너무 아픈 것이다 그냥 쑤시는 걸 지나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당연히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그때 나는 왼쪽 귀를 부여잡고 끙끙 앓고 있었다.

정말 웬만하면 고통을 잘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땐 감출 수도 버틸 수도 없었다. 극심한 고통을 느꼈으니


귀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 얼굴에서 고통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는지 엄마나 새아빠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던 거 같다. 고통스러워하는 나에게 진통제는 줬었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귀를 부여잡고 있던 것만 생각날 뿐


그래, 그럴 수 있다. 귀가 아프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천 번 만 번 이해심이 바다같이 넓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근데 본인 딸 생리통으로 아파하니 그 새벽에 응급실 가는 건 뭘까? 난 그 사건으로 인해  평생 잊지 못할 서러움을 느끼게 되어버렸다.


다음날 이비인후과에 갔다. 엄마는 일 하는 중이라 새아빠와 함께, 의사 선생님은 내 귀를 보더니 이 고통을 어떻게 참았냐고 큰일 날뻔했다고 말을 하셨고 그때 새아빠의 반응은

별 대수롭지 않은 듯 ‘그래요?‘ 였는지 좀 놀란 듯 ‘그래요?’였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아니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느 쪽이든 나는 용서하지 못한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아플 때 서럽게 하는 건 쉽게 잊지 못하는 법이니까


나는 지금 이 나이를 먹어서도 엄마에게 원망 섞인 말들을 해댄다.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하니 엄마에게 쏟아내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들이 많은 반면에 더욱 원망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도 생겨났다.


내가 소아과에서 일을 하면서 중이염에 대해 가까이 지켜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콧물, 기침으로 시작해 합병증으로 귀에 염증이 쉽게 생기기도 하는데 그게 고막염, 중이염이라고 하고 중이염에는 1-7단계까지 있는 1부터 점점 심해져 7이 가장 아픈 단계를 뜻하는 것이다.


7단계인 아이들의 귀를 보다 보면 보기만 해도 고름이 흐르는 게 아파 보이는데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내 괴로움이 떠오르면서 덩달아 고통스러워지고 간혹 아이가 중이염이라고 하는데 별로 개의치 않아 하고 약을 꾸준히 먹이지 않아 염증이 더욱 심해져서 오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면 그 부모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본인이, 자신이 그렇게 아팠다면 절대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텐데 의사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아이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중이염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부모는 그렇게 말한다. ‘ 아, 그래서 애가 보챘구나

그럴 때면 난 똑같이 생각한다. 본인이 아프면 저런 말 나오지 않을 텐데-


요즘, 많이는 아니고 정말 어쩌다 간혹 귀에 통증을 느끼는데

그럴 때면 아픔보다 그때 생각에 서러움이 폭발하여 눈물부터 쏟아진다. 절대 울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이런 서러움의 기억은 하나 더 있는데 지금은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마저 들여다보게 되면 나만큼 불쌍한 사람이 없다고 느낄 거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유독 아이들이 귀가 아프다고 그러면 앞 뒤 가리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향한다. 그 고통을 누구보다 아니까

사람은 정말, 본인이 느껴봐야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일까?!


살아가며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기 전에 그 사람이라고 가정하에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나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비난하기 바빴다.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그 행동을 내 기준에서만 판단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깨달으라는 듯 어느 날 갑자기 행동에 따라

내가 이해 못 하던 행동을 하고 있는 있는 나를 발견하며 그때의 상황이 떠오르고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하게 됐다.


똑똑하지 못하고 현명하지 못한 나는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느껴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란 인간은 -

그렇다면 그때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새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이 올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바 인생의 순리대로 라면 깨닫는 날이 오긴 오겠지만 그 마음이 드는 때는 어떤 순간일까? 과연. 쉽게 올 거 같지 않지만 부디 제발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하며 용서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미워하는 것조차 내가 더 힘드니깐 부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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