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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un 10. 2024

나도 알고 있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는 있지만 그 무엇인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그 자리 그 위치라는 것을 말이다. 근데 며칠 전 황남편에게 뼈까지 얼얼해지는 고통을 느낄법한 팩트폭행 공격을 받았다.


욕한 것도 소리 지른 것도 아니지만 처음 그 순간은 어느 욕보다도 더욱 기분 나쁘고 숨기고 있던 자격지심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도 동네 소아과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나와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것과 네이버 블로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을 말해보자면 그녀는 자식이 없고 나는 자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열심히 하고 나는 열심히 하지 않다는 것.


그렇다. 그날은 그녀의 블로그를 남편의 말을 듣고 보게 되었는데 하루 조회수가 천명이 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파워블로그인 주변 친구까지 생각나면서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피어올랐고 입으로 뱉어져 나와버렸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담백히 말했다

“당신은 열심히 안 하잖아”


그 순간 스스로도 이미 의식하고 있던 결핍의 작은 구멍이

너덜너덜 해지며 커지다 못해 터져 버린 것이다.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었단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맞는 말이고 아무리 사실이 그렇다지만 그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듣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고  한동안 그 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보통 이야기 하다가 기분이 상하면 입을 닫고 침묵을 유지하는 편인데 이날은 달랐다. 덤덤히 받아들이는 척하며 똑같은 미소와 평소 목소리 톤을 유지하느라 애쓰는 노력이 필요했다.


차마 그 말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너무 찌질 해 보일까 해서 말이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어 보니 생각을 들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나는 어느 하나 최선을 다 하지 않았고 이것저것 얇게 늘어만 뜨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거기다 생각은 좀 많은지-

생각이 많다 보니 행동하는 데까지 수많은 방해물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도 모르고 외부적인 요인에서 찾으려고 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본인이란 걸 이미 알았기에 회피하던 중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루틴을 세워나가야 한다.

주변 핑곗거리는 아무것도 필요 없고 문제 되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그냥 해나가는 것이다. 내가 내 인생을 막지 않도록 다짐하며


나는 내가 제일 잘 되면 좋겠는 사람이니까-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나를 믿어주고 위해주고 끌어줘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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