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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Aug 08. 2024

서운해 너네 둘.

아주 둘의 성격은 비슷하다 못해 똑같아 가지고선

나를 서운하게 만드는 것도 똑같다.


어릴 적의 영향으로 그런 건지 나는 유독 ‘말’에 상당히 예민하고  ’아‘ 다르고 ’어‘ 다른 작은 부분에서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반응하게 된다.


거의  ‘말’ 한마디로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아주 불편함을 스스로 감당해내야 한다.

그런데 그 불편한 상황을 나에게 많은 횟수로 영향 끼치는 건아무래도 항상 함께하는 가족들이며 그중 남편과 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남편이 경우는 나를 속상하게 만들었던 시점은 결혼 초반이었다. 짧은 연애기간이라 그랬는지 그땐 알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 시절엔 항상 예쁜 말만 해줬었는데...


물론, 평소에는 예쁜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참고 버틸 수 있던 것이었지만...

남편은 화가 나면 욕이 단 한 단어도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나의 감정을 박살 낼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놈의 말투 때문에 정말 많이 싸우고 많이 울고 했는데

다행인 건 함께 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남편도 나도 서로

잘 맞춰가며 더 이상 큰 말로 받는 상처는 없다는 것이다.

큰! 상처는 없다가 없다는 거지 작은! 상처도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있었던 작은 상처로 말할 거 같으면..

아무래도 방학중이라 오전엔 아이들이 집에 계속해서 있다 보니 집안이 시끌 시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내가 정성껏 차려준 밥을 먹던 남편은 아침에 내가 아이들과 운동하러 나간 그 시간이 가장 조용하고 좋다면서 그 1시간이 가장 푹 쉴 수 있는 시간이라며 말문을 텄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구나의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운동 갔다가 도서관도 들렀다 오라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순간 서운함이 터졌다.

말을 안 하고 표현만 하지 않을 뿐이지 나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피곤하다는 것.


그럼에도 남편을 위해서도 애들을 위해서도 나갔다 오는 것이고 그렇게 운동하고 땀범벅으로 도서관 가면 얼마나 불편한지 생각해 봤냐는 것이다.


그리고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는 이유가 나는 운동 갔다 오면 집안 정리 좀 하고 점심 차릴 준비를 해야 하는데 뭘 더 얼마나 시간 끌고 있다 오라는 건지 생각하며 기분이 상하고 서운했다. 서운하면서도 기분이 상하고-


아들은 요즘 나에게 매일매일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 있다.

벌써 이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깊게 들 정도로 말투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것이다.

가끔은? 말속에서 남편이 느껴지는 듯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애매한 건 아들은 의도적으로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상처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고 알고 있음에 화를 낼 수도 안 낼 수도 없는 그러한 상황.

혼자 끙끙 앓으며 상처받고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사춘기라고? 그래, 백번 천 번 이해해서 빠르게 사춘기가 왔다고 치자. 그럼 빠르게 끝나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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