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이라고는 지지리도 듣지 않는 아들 녀석과 나는
자주 스파크가 찌릿하게 일어나곤 했다.
지금은 좀 그래도 웃으면서? 거기다 너그러운 마음을 합친
느낌의 생각 글을 쓰지만 정말 진지하게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뭐, 지금이라고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엄마 덕분에.
원래 의도는 엄마에게 받는 위로가 아니었다.
지난주 하룻밤 친정집에서 잠을 자고 온 아이들.
거기서 지내는 시간 동안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거 같은
생각에 해명하고자? 전화를 걸었다.
나의 말에 엄마는 그런 일 없었다고는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해명을 넘어 변명에 가까운 말들을 해대고 있던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엄마는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것이 그냥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막연한 위로의 말들이었다면 크게 와닿지 않고 듣는 척 받아들인 그런 척만 하며 마무리되었을 거지만 역시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 시기가 있음을 알려주고 인정해 주고 이해해 주고 행동 하나하나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한 행동이라고, 이렇게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려는 것-
요즘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했던 말, 인식하진 못했지만
듣고 싶던 말이었나 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선 진정으로 아들에 대한 생각을 마음의 방향을 전환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학원에 갔다 돌아온 아들이 저녁을 먹으며 나에게 말했다.
-엄마, 밥 다 먹고 저 고민 상담 좀 해주세요
대답은 대담하고 여유를 가득 품은 어른처럼 했지만
이게 뭔가 싶게 은근히 떨리고 불안한 것이다.
혹시 그 고민에서 나쁜 것? 들이 나오면 어쩌지부터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면 내가 어떤 식으로 받아주고 말해줘야 하는지까지 수만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쳤다.
밥을 부지런히 먹은 아들.
싱크대에 접시들이 다 가져다 놓고 나에게 말했다.
- 엄마 방에 가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아직 딸이 밥을 먹고 있었지만 다 먹기만을 견디기까진 엉덩이가 너무나 들썩거려 딸아이에게 밥 먹고 있으라는 말을
남긴 채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름 진지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들의 모습.
상당히 쿨한 척 어떤 이야기든 다 들어줄 수 있다는 인자한
표정을 장착하고 물었다.
- 고민이 뭔데?
아들은 네 가지의 고민이 있다며 말문을 텄다.
첫 번째 고민은 본인이 두 명의 여자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나중에 누구랑 사귀어야 할지 고민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하고 걱정하던 끈이 조금은 풀리는 게 느껴졌고 나는 진지함의 품은 얼굴을 들이밀고 너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래, 저래 대답을 했다.
차분히 나의 이야기를 듣던 아들은 고개를 두, 세 번 끄덕이며 받아들였다는 뉘앙스를 취하곤 만족했는지 다음 두 번째
고민을 털어놓았다.
두 번째는 악몽을 꾼다는 것, 거기다 덧붙히며 안 좋은 일들이 있던 것도 아니고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잠들었는데 왜
나쁜 꿈을 꾸냐는 것이었다.
거기에도 이래저래 대답을 해주고 마무리 지으니 이어지는 세 번째 고민, 뜨거운 것을 잘 못 먹겠는데 어떡하냐는 아들의 말에 그나마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은 와라락 다 풀려 버리고 말았다.
호호 불어먹으면 되고 먹을수록 식고 처음만 많이 뜨겁지
점점 익숙해져서 그렇게 안 뜨겁다는 나의 대답에 웃는 아들. 너도 너의 고민이 웃기니? 한마디 나오려던 걸 애써 삼키고 내가 먼저 물었다.
-그래서 마지막 고민은 뭔데?
-제가 요즘 화를 많이 내잖아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렇게 돼요
더 가볍고 아주 사사로운 것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며 긴장의 끈이 다 풀린 상태인 나에게 던진 마지막 고민.
사실 처음 시작할 때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해 은근긴장하고 불안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마지막에 땅! 날리다니정신 차리고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아들의 마음도, 그리고 나의 마음도
같이 연결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때 딱! 생각난 엄마와의 전화통화 내용.
이런저런 말 중에 나에게 크게 울림으로 다가오고 받아들이게 되었던 말을 해주었다.
아들은 지금 엄마. 아빠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려고 그런 거라고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렇게 나타나는 감정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앞으로는 함께 이렇게 이야기를 해나가며 서로 마음을 맞추자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애썼다.
다행인지?! 문 밖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며 궁금해하고 자리에 같이 끼고 싶어서 독이 잔뜩 오른 딸이 이로 인해 고민 상담을 끝낼 수 있었다.
무사히? 상담을 마치고 조금 더 어둑해진 저녁.
아이들이 본인 둘 잠자리에 잠을 청하는 시간 속 고요해진
공기 사이로 남편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 고민이 뭐래?
아닌척했던 남편도 나처럼 은근히 긴장하고 있던 것이란 게 그 한마디로 바로 전달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쭉 전달받은 남편의 메시지 속 아무 음도 없는 딱딱한 글자 속에서 아주 깊은 안도감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우린, 서로 강한 척 잘 감당하고 있는 척했지만 아닌 것이었다. 아들의 한마디, 행동 하나로 기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지하실까지 파고 들어가는 연속의 날들에 마음 조리며 지내고 있던 것이었다.
메시지로만 전했던 내용을 그날 저녁 남편과 맥주 홀짝이며 몇 번을 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여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학원 가는 길
더우나 추우나 항상 길을 걸으때면 손깍지를 꽉 끼고 걷던 아들은 천진함을 담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 엄마, 오늘 저녁에도 고민 상담할게요
-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
- 오늘은 두 개 정도 있어요
- 오늘은? 이면 더 하려고? 몇 번이나 하려고?
- 일주일에 두 번, 아니 세 번 정도 할게요
- 어매~~!!
그날 저녁.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게 우습게
정말 또다시 펼쳐진 고민상담시간.
내용은 본인이 말하면서도 웃을 정도의 고민들이었는데
듣고 있는 순간순간 뭐 하는 건가 싶다가 도 웃기고 재밌었다.
그리고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나를 신뢰하고 믿고 의지하고 싶다는 것과 나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란 것도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 후로 4일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까진 고민상담 요청은 없다. 다행인 건가? 왜 괜히 아쉽지?
그 대신 딸아이가 오빠와 똑같이 고민상담을 요청한다.
화가 많이 난다고.
아직 화낼 때 아니라는 나의 가벼운 농담에 딸아이는 말했다.
- 왜 나한테는 오빠처럼 이야기 안 해줘?!!!!!!!
그 한마디로 많은 감정이 담긴 뜻이 느껴졌고
나는 푹- 웃었다. 딸도 따라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