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내 아들 건이에게
건, 오랜만에 이렇게 편지를 쓰려고 보니
엄마가 너에게 처음 편지 써주었던 날이 생각나네
진심을 전하는데 서툰 엄마는 진심이 깊이 닿는데
편지만큼 좋은 통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날도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너에게 주었더니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던 너.
뜻밖의 상황이라 조금은 놀라기도 했지만 참 마음이 따뜻한 아이란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어
엄마의 진심이 닿은 거 같아 다행이라고 느끼며 말이야.
그렇게 며칠을 엄마 편지를 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몇 번이고 읽고 있던 너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고 편지를 또 써달라는 셀렘 가득한 너의 목소리도 귀 어딘가에 남아있는 듯해
여전히 마음 전달하는 것이 서툰 엄마는 다시 또 너에게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이 닿길 바라며 편지를 쓴다
아들, 요즘 엄마랑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많았지?
그런 상황들 속 너의 감정들이 당연한 성장 과정임을 알면서도 엄마는 뭐랄까..
엄마를 벗어나며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마음이
가득 차 있던 거 같아-
거기다 지금 잘 안 잡으면..?이라는 만약이라는 마음이
불안으로 느껴져 더욱 꽉 막히게 너를 잡았던 거 같아
그렇게 너를 끝없이 도망가게 만들었던 건 엄마였음을
고백해 본다.
우연히 너의 애기 때 사진 인화해 논 걸 보게 되었어
그때 알았지 엄마가 너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며 살아오고 있었던걸 말이야.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소중했던 너를 엄마의 행복 기준이라는 잣대에 맞추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어 너를 잃고 나서 후회하는 날이 올까 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다 잃고 후회하고 싶지 않거든 절대
그러면서 네가 태어나던 순간이 떠올랐어
죽을 듯이 아팠지만 무사히 낳아 곤히 자고 있던 신생아 시절모습의 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다면 딱 너의 모습일 것이라고 느끼며 행복해졌어 아니, 죽기 싫어졌어 죽음이 두려워지기까지 했지.
사실 그때 엄마 마음의 상태는 죽지 못해 사는 심정이었거든
그나마 아빠를 만나고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회복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 세월의 도움보단 너를 존재 자체가 엄마를 다 낫게 해 주었던 거야.
너에게 두고두고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했었지
너무나도 건강하게 그리고 밝게 순리에 따라 잘 자라는 너를 보며 자연스레 욕심을 가득 부리게 되었고 그러면서 감사했던 마음이 온대 간대 사라지게 되었나 봐.
작게나마 변명을 해보자면 엄마도 연약하고 미약한 존재라는 거지만 그래도 절대 너에게 그런 식으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엄마 정말 반성하고 고쳐갈 거야
특히 어제는 너와의 깊은 골의 감정 깊이를 맛보게 되는
최악의 날이었잖아..
퉁퉁 부은 눈으로 잘 준비를 하던 너를 보면서 엄마의 마음도 짝짝 갈라져갔지만 그럼에도 너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않은 엄마는 후회로 지새운 밤이었지.
그렇게 후회하고 싶지 않아. 절대
그래서 무조건 적인 사랑을 하고자 초심의 마음을 되새기며 너를 돌아보니 다시 존재만으로 써 감사함이 피어올랐고
엄마는 그렇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
오늘 저녁은 꿀잠 잘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럴 거야 분명히
왜냐하면 오늘은 네가 잠들기 전 사랑 고백을 제대로 했거든
오늘,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사랑하며 하루를 보내서 너무 좋다고 말이야, 엄마의 말에 나도 라고 말하는 너의 대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지-
아들, 엄마는 너를 낳고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너를 낳고 비로소 엄마를 알게 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야. 다 아들 덕분이네 너무 고마워
엄마 이 고마움 잊지 않고 천사의 얼굴을 보았던 그때처럼
너라는 존재에 감사하며 사랑하며 아끼며 축복으로 어루만져줄게 모든 순간을-
정말 진심으로 이런 낮은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엄마의 인생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 사랑하고 또 사랑해 평생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