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가족과 가족이 한다는 그런 말 있는 거 당신도 알지?
사실, 난 처음에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
우리 둘이 결혼한 거고 우리 둘이 사는 건데.. 하면서 말이야
근데 정말 살고 살아가면서 그 말을 피부로 몸소 깨닫는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 맞지?
일단, 결혼은 정말 가족대 가족이 합쳐지게 되더라고
서로의 가족에게 서로 가족 이야기를 하는 시간들이 자연스레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걱정이라는 핑계로 간섭 아닌 간섭을 하게 되면서 각자 말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 둘의 싸움으로 커지는 일들이 많아지더라
근데 처음엔 당신이 심하긴 심했어
우리 가족은 원래 사이가 좋아서 그래-
그 한마디로 내 마음을 알아주지도 않고 당연한 거긴 하지만 시댁에 대한 나의 솔직히 감정을 전달할 때면 당신은 나의 말에 응답해주지 않았으니 말이야
분가 선언을 하고 집안이 한바탕 난리난 후, 처음 시댁에
다 같이 모였던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해-
그날 우리를 보자마자 시누이의 눈은 나를 향한 채 당신에게
“ 아이고 내 동생 등골이 굽다 못해 휘겠네 휘겠어” 그랬지
그 말은 내 마음에 비수로 돌아와 꽂혔고 감출 수 없는 눈물에 바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한참 눈물을 흘려야 했던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당신은 누나가 동생을 생각해서 그런 거라는 한마디로 끝내버리니 내가 얼마나 서러웠겠어
그렇지만 너무 다행히도 당신도 점차 알게 되었던 거야
시누이가 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렇지?
당신이 알아주면서부턴 내 마음에 쌓였던 감정들이 많이 해소되어 가는 듯해. 그래도 저 명언은 절대 잊지 못하겠지만-
우리 집에서도 이런저런 말들로 당신과 나를 기분 상하게 만들고 할 때면 그런 생각해.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 네 가족끼리만 살아가고 싶다고 그럼 아무 문제도 없고 크게 싸울 일도 없는데 하면서-
이번 김장할 때 당신이 참고 참았던 감정들을 시댁 가족들 앞에 표출함으로써 당신도, 어머님도 속상했잖아
당신 마음이 어머님에 대한 사랑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형제들 가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어머님의 모습과 다음날 내게 전화와 그날저녁잠을 못 주무셨다는 어머님 목소리가 아직도 아른거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느끼던 감정을 당신이 시누이에게 느끼게 되었을 때 마음이 좋기도 했어. 이제야 똑같이 느끼는구나 싶어서 내 힘들었던 과정을 다 이해하리라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이젠 알아. 그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건지-
물론 내가 그렇게 생각하라고 해서 당신이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것도 아닌 건 알지만
그런 감정 속에서 마음 아픈 당신을 보며 여러 감정들이 섞여 올라오더라고.
만약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사이가 틀어지고 가족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이 가장 무섭고 두렵더라고
살아가 가보면 늘 형제들과 함께할 순 없지만 최소한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존재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해
물론, 그것이 다 정답은 아니고 꼭 그래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나에겐 없다는 건 알지만 우리 집과는 다르게 원래우애 좋고 사이좋던 당신의 가족이 흩어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야
이 글을 당신이 읽을까? 안 읽을 가능성이 훨씬 높겠지만
만약 읽게 된다면 생각의 전환점이 되고 마음의 변화가 생기길 바라는 그런 와닿음으로 남길 바라. 그럼 이만 마무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