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받은 지 벌써 7개월이 되어가네
처음 퇴사통보를 받고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올라오는 우울감에 힘들어했던 순간이 떠오르네. 그래도 실업급여 대상자라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지만-
처음 실업급여 신청할 때에는 이렇게 푹 끝까지 쉴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매일 이곳저곳 인터넷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일자리를 찾아댔었는데 어쨌든 아이들의 길고 긴 방학중 쉼은 타이밍이 나름 좋았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지
그렇게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일자리 방황 속
당신은 쉴 수 있을 때 쉬라고 지금은 쉬어 가는 타이밍이라며 나를 다독여주었잖아. 크게 표현은 못 했지만 그 말에 나는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
내가 집안을 지키고 있음에 좋아하며 안정감을 느끼는 당신과 아이들로 인해 나의 존재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지금 놓인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먹었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갔고
그 속에서 앞으로 이만큼 누릴 수 없을 당신과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게 되어서 다신 느껴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매일이 행복이었다고 생각해
또한,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고 하는 행동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기쁨으로 다가왔는지 당신이 알까? 유난히도 덥디 더운 여름이었지만 줄줄 흐르는 땀 기꺼이 감당할 만큼 즐거운 시간들이었지
아이들의 하루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 점점 마음에 들어갔기 시작했거든. 한마디로 일상에 스며들어갔어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 편에서 해줄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그러다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7개월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흘렀구나 싶은 순간이 왔네.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에게 가장 큰 부담은 새로운 현실을 겪고 그 속에서 적응하는 것인데 그 순간이 코 앞에 왔음에 다시 마음이 편치 많은 않아
그러니 한숨은 늘어가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고민과 걱정이 쌓여가며 저녁에 잠이 오질 않고 낮에도 불안함으로 나타나더라고.
그러던 어느 아침, 힘들게 일어나 여유롭게 아이들을 챙겨주고 학교를 보낸 뒤 너저분한 것들을 치우고 다시 당신이 있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는데 순간 너무 행복한 거야
이불속의 따뜻함을 느끼며 여유롭고 편한 몸이 너무 기분이 좋았고 말이야.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 오랫동안 이러한 행복을 누렸는데 더 바라면 욕심이겠지. 이만큼 따뜻한 이불속을 즐겼으니 이젠 얼마나 차디찰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현실을 두려워 말고 담대히 맞이해야겠다고-
바로 취직할 수 있을지, 또 그곳에서 어떻게 얼마나 찬바람을 견뎌야 하는지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힘들고 버거운 순간에 내가 가족 속에서 누렸던 이 따뜻함을 기억해 낸다며 난 꿋꿋이 버티고 감당해 낼 것이고 느릴 수도 있겠지만 서서히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거야.
당신과 따뜻한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마냥 행복했어
당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너무나도 따뜻했어
온전히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냈던 유난히 더웠던 여름 속
더욱더 찬란한 빛살이 가득했던 그날들은 나에게 넘치고
넘쳤던 하루하루였고 꿈같은 날들이었어.
나에게 이토록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