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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가는 아빠

by 은조

당신, 그때 많이 서운했지?

아들 녀석이 아빠랑 평일에 만나지 못해서 어색하다고 말했을 때 말이야. 전혀 예상치 못했을 테니-


그 말을 딱 들은 당신 표정에 굳이 묻지 않아도 많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얼마나

서운했겠나 싶더라고.


그렇지만 아들에겐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뭘, 어색해~ 하며 애써 넘기던 당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여전히 잔잔하게 남아있네.


그다음 날 맥주 한잔 들어간 당신이 아들에게 말했잖아

어제 아빠한테 어색하다고 말해서 서운했다고-


아들이 방으로 들어간 뒤 내가 당신에게 물었고

많이 서운했냐고-


서운했다고 이야기하는 당신 말에 이렇게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 당신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평일에 본인에게 전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라고 그리고 우리 가족 단체 문자방에서 한마디라도 같이 꼭 나눌 수 있도록 해보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지.


그러고 나서도 당신은 한동안 하지 않았던 게임을 아들과

어울리고 싶어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같이 웃고 떠들며

함께 어울리고자 노력하는 당신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어.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아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관계를 중요시하며 소중하게 생각하고 여기는지 당신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었어


사실 나는 그러한 순간은 얼마 지나고 나면 다시 원래처럼 전과 같은 평일로 돌아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고 보여주듯 당신이 여전히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 더욱더 당신과 아이들 사이에

마음에 틈이 생기지 않게 하고자, 굳건히 튼튼히 쌓게 하고자 노력하게 되었어


당신이 먼저 다가가지 않은 채 어리석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나 또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거란건 확실해


무뚝뚝한 당신이지만 아이들한테는 친구처럼 마음 맞추려 항상 노력하는 거 원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흘러가는 흐름에 따라간다는 생각이 더 컸거든


그래서 당신이 사춘기 때 아버님과 시누이가 그렇게 싸우던 모습이 싫었다고 우리 딸과는 그렇게 되지 않고자 이렇게,

저렇게 할 거라는 계획이 담긴 말을 했을 때 마냥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았었는데 비로소 이번에 당신을 더욱 깊게 알게 되니 정말 당신의 그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아이들과 저녁시간을 보내다 보면 후다닥 지나갈 때가 많기에 순간 놓치면 당신에게 전화 한번 걸 타이밍이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 당신이 진심으로 섭섭해했잖아.


그렇지만 당신도 나의 이유를 듣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쓴 거지? 학원이 끝난 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짧게라도 하루를 소통하며 목소리를 나누기로 말이야.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아들은 우리의 이런 생각과 마음을 전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전과 같이 아빠가 어색하다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해.


가족이 그렇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통을 많이 해야 진정한 가족이 되는 법.

당신의 직업 특성상 평일 저녁엔 아이들과 만날 수 없으니

주말에 백 프로 에너지를 다 쏟아야 하고 지금처럼 변치 말고 다가가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아빠가 되어야 해. 알겠지?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여태까지 주변에 화목한 가정을 본 바에 따르면 공통적인 특정이 있었는데 뭐냐 하면 바로, 아빠의 역할! 그 역할이 엄청 중요한 거고 그 역할을 잘 해낸 가정이 화목의 끝판왕이더라고


그 역할이 무엇이냐면 아빠가 엄마를 세워주기.

엄마에게 잘해주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집안에서 큰소리 내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같은 자세로 다가가는 아빠의 역할을 잘 해낸다면 그 집의 화목은 말할 것도 없이 끝내줄 수밖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아닌 당신이기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 충분히 알고 있고 그래서 너무 고마워.

그러니 우리 지금처럼 서로 존중해 주고 배려하며 아이들에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감정의 안정감 느끼며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살아가기로하자.


다시 한번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항상 다가와줘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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