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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우리 딸이 왜 그럴까?

by 은조

당신? 솔직히 인정하지?

딸아이가 당신과 아주 빼다 박아 닮은 거. 모든-

그중 제일은 당신 닮아 얼굴이 작은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쌍꺼풀은 없지만 그럼에도 못지않게 동그랗고 큰 눈을 가졌으며 속눈썹은 꼭 펌을 한 것 마냥 싹 말아 올라가져 있잖아. 코는 작지만 오뚝하고 입술은 얇은 듯하면서도 오동통하고 맞잖아. 당신 닮은 거-


둘째를 임신 후 딸인 거 알고 나서 당신이 그랬던 거 기억해?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당신 닮은 딸이면 너무 예쁠 거라고

아주 자신 만만하게 말했었잖아.


그러니 애기 때는 내 어릴 적 모습이 강했던 딸아이 보고 예쁘다고 죽어도 인정 안 하더니 점점 커가면서 당신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니 많이 예뻐졌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스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이것도 인정해야지? 당신 닮아 성격이 상당히 힘든 스타일이라는 거.


예나 지금이나 딸아이는 내 신경을 박박 긁어놓기 선수야 선수. 그런데 사실 정신적으로 멘털을 흔들 정도로 내 시야에 크게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손안에 두고 마음대로 흔들어대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은 즉, 내 시야에 딸아이가 크게 들어왔다는 거겠지?


최근엔 이런 일도 있었어.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 그 바로 옆에 있는 단골 편의점을 갔는데 사장님이 나보고 물으시더라?

딸아이가 그렇게 예뻐요? 그 사장님은 우리 아들도 잘 알고 계시거든. 워낙에 들 단골들이시라-


네? 하며 멋쩍은 듯 웃으며 물으니 너무 딸을 예뻐하는 게 보여서요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나는 그런 티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래요?라고 말을 마치려는데 보통 엄마들은 아들이랑 더 좋은데 딸을 더 예뻐하시네요- 그러시더라고


그 말을 들을땐 솔직히 속으로는 아닌데, 나도 아들이랑 더 좋은데.. 싶었는데.. 딸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나눴던 대화를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 정말 아닌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 시선 속 내가 딸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 걸까?


그러고 보니 그런 건 있어.

마음이 헛헛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아들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고 딸아이더라? 그럴 땐 오히려 내가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냥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들 정도로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오는 존재인가 봐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말을 잘 들으면 이 세상 가장 예쁜데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면 정말.. 여기까지..

암튼, 우리 딸아이처럼 극과 극의 차이가 이렇게 심한 아이는 정말 감당하기 쉽지만은 않아 그렇지?


그래도 초등학생 되면서 하루하루 더 나아갈수록 말이 조금씩 통한다는 느낌에 참 다행이다 싶어 이제서?라는 어매-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말이야.


쉽지 않은 성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내가 참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해


나와달리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모습. 먹고 싶으면 먹고 싶지 않으면 숨기지 않고 내색할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을 마주하는 딸아이를 볼 때면 나와 닮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


분명 날카로운 조각들이 다듬어져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나처럼 뭉개져서 조각이 다 부서지는 지경까지는

자신을 무너뜨릴 아이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 힘든 성격일지라도 당신을 닮아서 더욱 당신을 닮아가서 너무 만족해. 순간순간 내 결핍의 모습이 스쳐 지나갈 때면 등에서 식은땀이 쭉 도는 거 당신은 모를 테니까-


아침, 눈을 뜨고 난 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딸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뭐랄까, 이 아이가 내 딸이라니 라는 벅참이 올라온다고 해야 하나?


그새 내 숨결을 느낀 딸아이가 누가 봐도 푹 잔듯한 통통 부은 눈을 살며시 뜨고 나를 보고 있으면 그냥, 됐다. 이걸로 다 됐다 하는 생각으로 끝. 매일을 느껴도 매일 벅차오른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아이의 얼굴을 몇 차례 쓰다듬어 주고 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맞춰 이불 정리를 하는데 또 그런 거 보면 나를 닮았다 싶고. 그래 이런 거는 닮아도 좋은 거니 식은땀 흘리지 않아도 된다 하며 다행이다 싶고


하루에도 좋게 말해 몇 번씩 우리 딸이 왜 그럴까?

정말 고집 피우고 꼬장 부릴 때는 얘가 왜 이래!!! 이러지만

이젠 이 아이가 내 세상에 들어오지 않았었을 때가 상상조차 되지 않고 이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이라는 상상은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항상 딸아이에게 하는 표현하는 것처럼

내 딸로 우리의 자식으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들어온듯해 그렇지?


처음, 아들 아들 아들만을 바라던 당신.

지금은 어디 가도 딸은 있어야 된다고 말하고 다니잖아

어느 강의를 들었거든? 근데 거기서 자식을 손님으로 생각하고 대하라고 하더라고? 귀한 손님이다, 손님이다


자. 그럼 당신과 나, 우리 세상에 손님으로 찾아온 딸아이를 기꺼이 귀하게 대접하며 살도록 해야겠지?


순간순간 욱하는 감정이 튀어 오르는 순간이 더 많을지라도 웬만하면 손님한테 화를 내진 않으니까?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 예민한 감정을 세심하게 알아주는 엄마, 아빠가 되도록 우리 매일을 노력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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