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한 살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한 뒤 지금의 제 나이가 되기까지 나는 거짓 서른 살로 살아야 했는데, 나와 열두 살 차이의 남편과 살면 여러 주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
원래 제 나이로 말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무시당할 수 있다는 것이 시어머님의 이유였다.
처음엔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실제로 아들을 데리고 나가면 10번에 9번은 엄마가 애 같은데? 엄마 몇 살이에요? 항상 이러한 무례한 질문을 들었기에 정말 무시하는 건가? 싶었고 그러니 큰 거부감 없이 어머님 말씀이 맞다 싶어 따르며 살아가게 되었다
생각이 진실처럼 되어버린 어느 순간부턴 자동적으로 몇 살이에요? 서른 살이요. 더 어린 거 같은데? 아니요 서른 살이요. 어휴, 정말 집요하게 묻는 사람들도 어찌나 많던지-
내가 몇 살인지가 그들에게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일까?!
그렇게 지내다 보니 21살부터 나의 목표랄까?
내가 꿈꾸는 나이는 서른 살이 되었다.
막연하게 그 나이를 생각해 보니 아들은 초등학생이 되어있을 것이고 매일 징징 울음이 넘치고 기어 다니는 딸아이도
그때가 되면 예비 초등학생 준비를 해나가고 있을 터이니
몸도 마음도 편해지리라 믿었고 10년 정도가 흐른다면 나의 상황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어느덧 그 나이는 꿈꾸는 순간이 되었다.
그러나 10년은 말도 안 되게 정말 너무 뻔한 표현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떻게 지나간 건지, 눈 감았다 뜬 거 같은데 아들은 초등학교3학년이 되었고 딸아이는 1학년 나는 꿈꾸던 서른 살을 넘어 서른한 살을 된 것. 거기다 이젠 며칠만 보내면 서른두 살이라는
새로운 나이를 접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니-
물론, 10년 전 막연하게 상상하며 꿈꾸던 상황이랄 것은 없는 현실이지만 아이들이 탈없이 무사히 밝게 커준 것만으로도 우리 가정이 이토록 잘 탄탄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완벽하게 나아간 10년이리라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나는 항상 목적을 둔 꿈을 꾸었다.
고등학생 때는 졸업과 동시에 조무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목표의 꿈을 꾸었고 성인이 되면서는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소원과 같은 꿈을 꾸었다.
또, 앞에서 적었다시피 스무한 살 때는 얼른 서른 살이 되길
현실의 꿈을 꾸었는데 물론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월의 흐름이 있었지만 적어도 나에겐 순식간에 지나갔으니 만족-
이제 나의 꿈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십 살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의 사십 살은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하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누군가는 스무 살 때 누렸을 것들을 나는 사십 살에 해볼 것을 상상하고 있기에-
그렇지만 그때 혼자가 아닌 내 옆엔 성인이 된, 성인 될 준비를 하는 두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늙지 않길 바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단짝 남편이 있을 것이니 함께 해볼 것과 해나갈 것을 상상함만으로도 가슴이 터지도록 행복하다.
거기다 한 가지 지켜지길 바라는 꿈이 있다면, 이렇게 키보드를 눌러 글을 쓰는 매일, 잊지 않고 잃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엉망이든 아니든 꾸며지지 않고 그대로 그럼으로써 나의 자아가 지켜지고 싶다. 무엇을 하고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