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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13. 2024

미안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엄마는 맨날 잔소리만 한다는 우리 아들, 올해 열 살이 되었다.

커갈수록 아들이 점점 엄마인 나랑 부딪히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처음엔 어차피 다 겪어야 하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조금은 안일하게?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는 일이 있었다.


주말, 영어 단어 외우기와 숙제로 인해 작은? 언성이 몇 차례 오고 간 뒤 평화가 찾아왔다.

그제야 집안 정리를 하던 나는 아들의 방을 들어갔다가 정리가 안 된 책상을 보고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의 덩어리 감정을 여러 번의 호흡으로 애써 눌러 준 뒤 이리저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종이를 싹 다 잡아들어 버리려는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종이 한 장이 있어 살펴보니 미안해라는 제목의 편지였다.


엄마를 스스로 밉다고 생각한다는 아들, 미워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마음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웃으며 밝게 지내길 바란다는 아들.


"하늘에 해처럼 밝게 지내면 좋겠다"


아들에게는 시인이 될 거냐는 장난스러운 칭찬과 감동의 고마움으로 끝냈지만 진심이 담긴 저 문장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알아줘야 했던 마음을 오히려 아들이 나의 감정을 살펴주며 조건 없이 베풀고 있었던 것.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맙고 너무 사랑한다


황남매를 재우고 오늘도 후회를 한다.

이때 이렇게 할 걸 그때 왜 말투를 그렇게 했지 말을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 아, 이때 좀 기다려줄걸.. 등등

후회의 끝은 없지만 이 마음을 반성하며 매일 밤 다짐한다.

내일은 이렇게 해야지,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해줌에 감사하며 이럴 수 있음에 감사하자고 말이다.


아이들을 부모인 내가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살아가며 점점 더 느끼고 있다. 아이들로 인해 내가 성숙해지고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같이 성장 중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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