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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08. 2024

인생 최고의 김치찌개

네가 햄맛을 알아??!!

얼마 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목의 책이 있었다.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책이었는데 읽다가 감명 깊게? 끌린 한 페이지가 있었는데 여러 목차 중  “인생 최고의 라면”이라는 부분이었다.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끓여 먹기 시작하다가  라면의 종류, 그 안에 넣는 재료, 끓이는 방식 등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서 마지막 먹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스타일로 마무리하는데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에 대한 그러한 내용으로 쭉 이어진다.


그걸 보며 내 최고의 음식은 뭘까? 생각하니 나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며 어렵지 않게 ‘김치찌개’라는 네 글자를 생각해 냈다. 내가 결혼하고 가장 많이 한 음식과 많이 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김치찌개여서 그랬을까?!


첫 시작은 단순히 황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도전했는데 맛있지 않음에도 맛있게 잘 먹어주는 모습이 감사해 진심으로 잘하고 싶은 열정이 불타올라 이렇게 저렇게 여러 나만의 여러 방법으로 시도한 끝에 지금은 황남편이 나를 김치찌개 전문가라고 불러준다( 우스갯소리지만 듣기 나쁘지 않다)


나는 매번 김치찌개를 할 때 항상 어묵을 잘게 잘라 넣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어려서 먹은 맛을 기억한다는 것이 이런 건가 싶게 엄마가 항상 아침을 위해 전날 밤 미리 끓여놓는 김치찌개의 맛을 잊지 못하는데 냄새의 유혹에 이기지 못한 나는 불 꺼진 주방에서 몰래 어묵을 빼먹다가 혼난 적도 있을 정도로 그만큼 말랑말랑 퍼질 만큼 푹 퍼져 야들야들한 어묵은 나의 입맛을 자극하는 데 한몫을 했고 참 맛있었다.


그러나 나와 반대로 황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스타일은 딱 원초적인 느낌이다. 김치 많이, 고기 많이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 외의 나머지 재료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어묵은 넣어볼 시도조차 못했지만 딱 한 가지 스팸만큼은 양보 못한다. 그래서  내 맘대로 넣는다. (스팸 넣는 걸 상당히 싫어한다)


스팸을 포기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를 임신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저녁으로 시어머님이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그 안에 정갈하게 칼로 썬 햄이 아닌 수저로 팍팍 퍼서 들어간 이 모양 저 모양 개성 강한 모양의 햄들이 어찌나 맛있던지(물론, 김치찌개가 맛있었을 테지만 그 조합의 맛을 잊지 못한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스팸만큼은 내 고집으로 지금까지도 넣고 있다. (황남편은 내가 왜 스팸을 자꾸 넣는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내가 김치찌개를 끓이는 방법은 이러하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프라이팬 느낌의 가장 넓고 깊은 냄비를 꺼낸다. 잘 익은 어머님표 김장 김치를 꺼내 가위로 내 맘대로 자르고 고기를 넣어 어머님표 들기름을 적당히? 부어 들들 김치와 고기를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았다 싶으면 김치와 고기가 잠기도록 물을 붓는다. 가스불을 켜고 간 마늘 한가득, 양파, 캔 참치, 두부 많이, 수저로 퍼서 넣은 스팸, 고춧가루 두 스푼 다시다 적당히 연두 한 바퀴 돌려 부어주고 물을 가득 채워주며 바글바글 계속 끓인다.  

그럼 입맛을 돋우는 김치찌개가 금세 완성된다.


퇴근한 황남편의 한마디 “김치찌개 끓였어? 냄새 좋다. ”

조금 먹어볼까?라는 말에 뜨끈하게 한 접시 담아내어준다

먹자마자 나오는 “맛있다. ” 그럼 나는 신이 나서 만들면서 맛도 안 봤다며 자랑하듯 이야기를 한다. 그럼 진짜 고 수라고칭찬을 해주곤 맛있게 먹으며 나를 쳐다보는 황남편, 그 순간의 느껴지는 행복감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직? 난 음식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여유롭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러 음식을 만들어 볼만하지 마 촉박한 시간 안에 만들어 내야 한다면 사기가 쭉 떨어진다.


그러나 이 김치찌개만큼은 내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인생 음식은 김치찌개가 되었다.


오늘 이 글에서 김치찌개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온 것인지

쓰다 보니 나 자신이 조금 우습지만 앞서 말한 장기하의  “인생 최고의 라면” 부분을 읽게 된다며 꼭 분명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라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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