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것이 문제다. 주변을 돌아보며 하는 비교, 자책하며 무너져 내려 버리는 것.
30대 진입한 후 내 주변 사람들은 이제 조금씩 안정감 속에서 뭔가를 얻으며 조금씩 누리며 살아가기 시작하고 있는 걸 보게 되었는데.. 나는, 나는! 왜 지금 또다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뭐가 맞는 건지를 찾고 있는 건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벌써 찾아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들을 아직 찾지도 못하고
버벅거리고 있으니 그걸 지켜보는 남편에게도 민망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제일 괴로운 상황이다.
나의 10대는 무언가를 꿈꾸기보단 자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한 확신만이 있었고 그 확신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 바로 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거 그뿐이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난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려면 일을 해야 했고 가장 빠른 길이 그거뿐이라는 맞다고도 그렇다고 틀리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정답 없는 확신.
나의 알 수 없는 그 확신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병원에 취업을 했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뭔지 나발인지 생각할 여유 따위 없이 온갖 수모 속에서도 버텨야 했고 치욕 속에서 견디며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의심조차 하지 않으며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걸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기에 불행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딱, 죽기 직전의 고통 속에서 하늘에서 나를 구해내주셨으니 말이다. 한 번의 제대로 쉼 뒤에 다른 곳으로 취업이 아닌 이른 결혼을 하게 되면서 든든한 울타리를 주셨고 남편의 든든한 지원으로 피부숍이라는 자영업도 해봤지만 하늘에서 막으셨는지 결국 나는 돌고 돌아 다시 병원에서 일하는 32살 간호조무사로 살아가고 있다. 역시 배운 게 이것뿐이라
처음엔 치과, 다음 안과 그다음엔 소아과-
제일 잘 맞는 곳이 소아과였고 그곳에선 버텨야지라는 생각보단 그냥 하루하루 다니다 보니 2년이란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그렇게 나름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었는데 늘 그렇듯 인생은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서서히 준비한 원장님 은 병원을 폐업했고 난 그렇게 2년 차에 실업자가 되어버렸다.
처음으로 실업급여라는 것을 받으며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조금 불편하게 백수 기간을 보냈고 다시 취업할 때가 되어 준비하다 보니 전 직장 경쟁 상대였던 맞은편의 소아과 구인광고가 나온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그곳으로 진료를 보러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터라 이력서를 넣을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집도 가깝고 같은 직종이라 끝내 이력서 버튼 클릭!
이 단 한 번의 클릭 버튼 누름의 선택이 나의 일상을 다시 한번 송두리째로 흔들어 댈 줄은 아무런 예상도 못한 채 2년 차 경력 소아과 간호조무사에서 다시 신입 조무사가 되었고 안정은커녕 또다시 시작된 고통 속 인생 고민.
배운 게 이거뿐이라 그렇게 서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배운 게 이거라도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그동안 보냈던 시간이 헛됨은 아니었길 바라며 그토록 무너져 내렸던 일들과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을, 나의 안정을 희망하며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