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 2년 차 맞는 거지?

by 은조

멍~ 해도 이렇게 멍~~ 할 수 있는 걸까?!

아무리 7개월 일을 쉬었다 하더라도 그렇지 2년간 늘 했던

같은 일이건만 눈만 껌뻑 껌뻑 왜 이렇게 낯선 거냔 말이야


물론 자리가 다르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들이 달라 더욱 허우적거린 것도 있겠지만 접종 이름도 가물가물, 몇 개월엔 뭐 맞아야 하더라? 하면서 순간순간 헷갈리기도 하면서 초짜처럼 생백신 사이 접종 간격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보호자한테 설명하며 버벅 거리고 있는 내가 2년 차가 맞는 거냔 말인가


거기다 접종 예진표에도 빈칸 하나 없이 다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왜 그렇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인지 그날 하루에만 원장님한테 몇 번이나 잔소리 전화를 받았는지 끝내 불려 가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한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물론 할 말은 없었고 연신 죄송합니다만 외쳐댔을 뿐.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 말이다. 이래서 처음 어떻게 배우느냐 어떻게 행동했느냐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익숙해진 것들을 바로 고치기가 너무 어려웠고 연속해서 실수로 이어지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오전 내내 버벅거리고 마음이 싱숭생숭 해졌다.

정신을 안 차린 것도 아니지만 순간 환자들이 몰아치고 여러 개를 동시에 해내야 할 때면 순식간에 의식하지 못한 채 실수가 일어나 버리지만 나는 2년이란 경력이 있는 경력직이었으니....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나 자신도 이렇게 어이없고 한심하다고 느끼는데 이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5년 차인 여기서 제일 오래된 직원이랑 원장님은 나를 얼마나 더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며 타인들의 시선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하다 보니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속에서는 한숨을 힘껏 삼키고 있었다.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5년 차 직원이랑 단 둘이 같이 밥을 먹어야 했다. 한 공간에 둘이, 거기다 밥을 같이 먹으니 더욱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말은 해야 할 거 같은데 떠오르는 말이 없어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는데 다행히 건너편에서 먼저 일은 할만하냐고 물어주었다.


그렇다고, 할만하다고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그런 내 모습을 의식했는지 왜 그러냐고 묻는 5년 차 직원-

일을 잘 못하는 거 같다고 실수만 너무 많이 하는 거 같다고 그냥 터놓고 말하자 속이 좀 시원해지는 찰나....


내 이야기를 쭉 듣던 직원은 아니라며 온 지 며칠 안 돼서 나를 잡으려고 원장님이 나만 지켜보고 있는 거 같다는 위로되지 않는 위로를 해주었다.


응? 나를 잡으려고? 보통 처음엔 잘 알려주지 않나?

지켜보고 있다니 더욱 판단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지난날 나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갔다. 내가 잘해왔던 것일까? 정말 내가 2년 차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저 사람이 나를 잡으려고 하는데 잡히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내가? 작았던 생각이 조금씩 커지는 순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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