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첫 출근, 끝을 생각하다

by 은조

처음 겪는 일도 아니건만 언제나 처음, 낯선 시작인 첫 출근날은 콩닥콩닥 강한 떨림과 여러 걱정 섞인 감정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그리고 언제나 정해진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다른 직원들의 모습이 나타나길 바라기도, 바라지 않기도 하는 이상한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는 것이 보통 평균적으로 직원들은 몇 시쯤 도착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다음날부턴 언제쯤 나와서 언제까지 도착하면 되겠다는 잔머리가 굴러간다.


누가 봐도 첫 출근하는 직원의 모습으로 양손 쇼핑백을 들고 문 앞에 서성이는 나를 발견한 직원은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왔고 서로 보이지 않게 빠른 탐색 후 어색한 인사를 나누곤 문 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삑! 세콤, 경쾌한 경비가 해제되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는 알림이 울리고 자동문이 스르륵 열린다. 불이 꺼진 고요한 정적 속 발을 내딛기 전, 들어가도 되는 건가? 왠지 들어가면 안 될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 순간 정신 차리려 다시 한번 마음의 끈을 꽉 부여잡았다.


문 앞에서 맨 처음 만난 직원분이 이곳에서 가장 오래 계신 분이었고 예전, 이곳으로 몇 번 진료 보러 왔을 때도 봤었기에 서로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을 거였다. 처음 다른 곳으로 첫 출근 하는 것보다는 덜 어색한 것이. 나름 나쁘지 않은 첫 시작이리라 생각했다.


직원분을 따라 데스크를 지나 안쪽 들어가니 사물함이 쭉 있었다. 미리 준비되어 있던 파란색 유니폼을 주면서 입으라고 했고 처음 입어보는 색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그때 낯선 건 그거뿐이 아니라 빠르게 갈아입고 어미새 따라다니는 새끼새처럼 그 직원만을 졸졸 따라갔다.


바쁘게 아침 오픈 준비를 하나하나 배워나가는데 어라? 이상하다? 왜 시작하자마자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어라? 이게 무슨 느낌이지?


5분쯤? 지나니 또 다른 직원분이 왔고 그날의 아르바이트생분도 왔고 그렇게 정신없이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를 하다 보니 원장님이 출근하셨는데 단지 인사만 했을 뿐인데..


환자로써 진료를 볼 때 만났던 원장님 느낌과 나의 오너가 된 원장님과 느낌이 다를 거라고 충분히 예상은 하고 왔는데 그럼에도 그냥 인사하고 걸어가는 모습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하루 종일 오랜만에 일을 하면서 새롭게 배울 거 배울 고해 볼 거 해보면서 머리에 넣고 몸에 익히며 익숙해지고자 노력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더 너무나 낯선 느낌만이 강하게 들고 내 자리가 아닌 느낌이 더욱더 깊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게 무슨 느낌일까? 하는 물음표를 끝내 마침표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결국 나는 찝찝한 감정으로 그날 첫 출근할 때 신발이랑 간단한 필요한 것들을 담아갔던 쇼핑백과 가방을 퇴근할 때 챙겨 오지 않고 사물함 속 그대로 두고 나왔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언제든 다시 그대로 담아서 나올 수 있도록. 너무 어이없지만 첫 출근한 그날부터 나는 그만 둘 그날의 끝을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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