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쟁 소아과, 면접보다

by 은조

2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정말로 끝을 맞이한 뒤, 7개월간의 실업급여를 받으며 백수기간에 들어갔다. 어설픈 꿀 같은

시작의 어느 날


바라지도 않았고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그래도 시기가 아주 적절했던 것이 마침 학교 공사로 인해 아이들 방학 기간이 길었기에 그때 처음으로 온전히 아이들만을 케어하고 집안일하며 가족들만 바라보는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가며 일상 속, 여유롭고 그 안에서 충분한 휴식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냥 마음이 편치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 어차피 일을 하지 않고 평생 쉴 것은 아니니깐. 다시 다가올 시작.


다시 새롭게 새로운 직장 구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 한 편에선 늘 낯선 환경 속 적응해야 한다는 불편한 마음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게 행복감과 불안함이 공존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실업기간 마무리 될 때가 되는 시점부터 구인 사이트를 여러 군데 들락날락거리면서 부지런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걸어 다닐 수 있는 집 근처로 찾아보고 아이들 케어하기 좋은 근무시간에 중점에 맞춰 고르고 고르다가 몇 군데 맞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그중 한 곳이 전에 일하던 곳 맞은편에 위치했던 경쟁 소아과였던 것이다.


물론 이곳 화면 창을 열어 놓고 이력서 넣기 서류 버튼 클릭을 할까 말까 수십 번이나 고민했지만 내가 원하던 조건과 크게 다르지도 않고 나쁘지 않았기에 눈 딱 감고 클릭!


이곳에 가기 애매했던 이유가 경쟁 소아과였던 것도 있지만 몇 번 이곳에 가서 진료를 본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이 병원 직원들과 원장님과도 이미 안면이 살짝은 터 있는 상태라 그곳의 분위기와 느낌도 알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고...


암튼, 여러므로 눈 딱 감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될까? 하면서 그럼에도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넣고 만 것이다. 사람은 평생 실수를 하면서 산다는 게 맞는 듯하다.


서류를 몇 군데 넣었는데 운이 좋게 다 같은 날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날은 면접 투어를 다녔다.


순서는 이곳 소아과가 먼저였는데 정말 들어가면서도 얼굴에 철판 깔자며 스스로를 세뇌시키는듯한 멋쩍음을 느껴야 했다. 물론 들어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주 봤던 직원분과인사를 나누고 면접을 보러 들어가기 전, 똑똑하고 호기롭게 진료실 문을 열고 딱, 들어갔는데....!


원장님과 대면하고 앉는 순간! 바로 나에게 우리 본 적 있지 않냐는 물음 하는 원장님. 정신 차리자-


어색하게 웃으며 맞다고 이야기하곤 이런저런 기본적인 이야기를 이어갔고 일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내일까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자 본인도 생각해 보고 며칠 내로 연락을 주겠다고 하며 면접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나오면서 참았던 한숨이 푸우우우 하고 크게 새어 나왔고 내가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에 들은 채

다음 면접 장소인 동네 내과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연세가 많은 원장님을 보자 나는 이제 더 이상 일자리를 옮겨 다니고 싶지 않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욕심에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을 더 넣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날을 맞이했고 아이 학교 끝날 시간이라 데리러 가려고 씻고 나와보니

부재중이 찍혀있는 것이다. 번호를 확인해 보니 전날 면접 보러 오라는 소아과 번호랑 똑같은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좋지도 싫지도 않은 이상한 마음을 가진채 심호흡을 길게 내쉰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짧은 몇 번의 연결음이 지난 뒤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곤 원장님을 연결해 주었고 전화를 못 받았다는 나의 말에 원장님은 안 받길래 다른 직원 구했는데라고 말을 하는 것.

황당한 마음에 아 그러셨구나라고 대꾸하며 마무리 지으려는데 농담이라며 웃으며 일할 거냐는 묻는데.... 벌컥! 하겠다는 말이 나와버렸다.


그렇게 나는 경쟁 소아과, 그곳으로 가는 출근 날짜를 정해버렸는데.... 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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