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새로운 직작을 옮기면서 제일 먼저 든 간절함은 제발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지긋하게 경험했던 진상들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다 오지 않을 순 없으리라 단념하되, 그래도 최소한 너무 심했던 사람들만은 부디 오지 않길, 만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출근을 하고 있었다.
그 반대의 마음도 있었다. 직원과 환자, 보호자로 만났지만 감정선이 잘 맞아서 병원에서 만나도 반가운 그런 사람들도 나름 있었기에 그런 사람들도 근처라 분명 이곳으로 몇 명은 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러니 분명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것이라고 예상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나 며칠가지 않아 한 두 명씩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반가운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한 번에 나를 알아봐 주거나 어? 어? 하며 망설이다가 묻거나 아니면 끝까지 말하지 않다가 진료가 끝나고 가기 직전 슬쩍 와서 물어보거나 아니면 처음엔 못 알아보다가 여러 번 오고 나서 어느 순간 맞죠? 맞죠? 하는 식의 여러 스타일.
그 모든 행동들 속 나를 알아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내가 그곳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그래도 헛되게 일한 것은 아니구나 싶은 위안이 함께 들었기에 말이다
또한 새로운 곳으로 직장을 옮기니 오래전부터 이곳 병원을 다니던 환자들은 내가 새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 은근한 텃세를 부리기도 했고 그 속에서 조금씩 위축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럴 때 나를 알아보는 환자들을 만나면 그 반가움의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나를 커지게 만드는 힘을 작용해 주었다.
물론 신입이라 30분 기다리다 오기 직전 순서가 취소된 환자를 구해줄 힘 따윈 없었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나의 얼굴을 보며 다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면 오히려 내가 더 그들에게 미안하면서 고맙기도 한다.
일하다가 순간순간 힘이 들고 힘이 빠질 때 대기 순서에 아는 이름이 보이고 곧 반가운 얼굴들을 볼 거라 생각이 들면 버티는 힘이 생겨나고 내 자리가 아닌 거 같은 곳에서 뭐 하고 있나 싶어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반가운 얼굴로 나를 반겨주는 그들을 만날 때면 그 순간만큼은 뭐가 된 거 같아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마음고생이 심한 나날들 중 작지만 나름 큰 행복을 느끼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 그나마 너무 다행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