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어색 공기

by 은조

그렇게 딱, 그만둔다고 말하고 나오니 얼굴이 뜨거웠지만

속은 얼음 빙판을 손으로 긁는 듯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원장님과 대화를 마치고 나온 나를 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 쪽에 시선을 두고 기다리고 있던 5년 차 직원 선생님과 활기찬 월금 알바 선생님. 어떤 말을 기다리는지 알고 있는 나는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원장님이 알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한 달 간만 더 일하기로 했다. 끝-


짧고 굵은 말에 그렇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 둘.

그것도 잠시 원장님은 5년 차 직원 선생님을 진료실로 불렀고 문이 닫힘과 동시에 그 안에서는 큰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대화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사실, 그보단 당시 머릿속엔 나에게 했던 그런 거 같았다는 끝말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컸으므로 크게 마음 쓰이진 않았다.


대화를 마친 직원 선생님과 원장님은 동시에 진료실에서 나왔고 원장님은 그대로 밖에 있는 화장실로, 직원 선생님은 우리가 있는 데스크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왜 그만두냐고 뭐가 맞지 않냐고 묻는데..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원장님이 물어보라고 했구나


웃는 얼굴로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모든 게 다 싫고 다 맞지 않고 모든 것이 다 끔찍하다고.


이미 그럴 거라 예상했듯, 모든 소통이 이루어지면 그 후부터 떠다니는 공기는 어색해진다. 떠날 사람이 있는 공간은 숨기고 내색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감돌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행동들이 신경 써지며 공기가 무겁게 차분해진다.


다행히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난 뒤 당일에는 진료실에 들어갈 일이 없는 순번이라 원장님과 크게 부딪히는 상황이 없어 민망함은 덜 수 있었지만 직원 선생님들과는 계속 함께 있어야 하니 어색함이 감돌긴 했지만 어차피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변함없이 똑같이 하려고 더 애썼다.


그렇지만 속 시원히 질러버린 퇴근길, 전날의 마음과는 확실히 달랐고, 끝의 기약이 정해지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온갖 불편했던 감정들이 정리가 되어가고 감당할 수 있는 힘들이 생겨나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그만두겠다는 말은 참으로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깊이 느낀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1화11. 일하는 게 좀 그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