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하루 쉬고 다음날 출근한 뒤 데스크에 앉아 있던 중,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확 올라와 달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어제 날짜를 보니 말도 안 되게 결핵 검체 용기가 왔다고 적혀있는 것이었다. 없던 게 참 빨리도 생기네-
그때부터 나는 내 앞날은 준비해야 했고 - 예상대로 그다음 날, 출근하니 5년 차 선생님이 나를 보며 오늘 검사한다고 그러는 것이다. 그 순간 전날 밤 나름 준비했던 조리 있던 멘트들은 다 사라진채 훅 올라오는 감정을 잔뜩 실어 더 이상 못할 거 같아 그만둘 것이라고 먼저 털어놓았다.
후, 원하던 방식의 끝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털어놓으니 이젠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느껴지며 서먹한 공기 속에서 원장님에게 말할 타이밍만 잡고 있었다.
그날따라 오전 진료가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이어져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은 초조함이 커져갔다. 머릿속엔 온통 말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둥둥 떠다니지 않았으니-
그러던 중 환자가 끊겼고 말하기 좋게 원장님이 먼저 검사하자며 나를 부른 것. 진료실에 들어가면서 문을 닫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에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망설이지 않고 뱉어내 버렸다. “ 저 그만두겠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보였고 최대한 티를 내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느껴졌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은-
“ 어쩐지, 요즘 일하는 게 좀 그렇더라”
머릿속으로 많은 상황들을 그리며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하지 못한 말에 헛웃음이 나왔고 어이없음을 담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진심은 없는 마음으로-
아니, 뭐. 멋쩍은 듯 대답을 하곤 왜 그만두냐는 계속해서 물었지만 조금 있던 정도 다 떨어진 나는 여기랑 맞지 않는다는 말만 녹음기 틀어 놓는 것처럼 되풀이하였다.
원하는 대답을 끝내 듣지 못한 원장님은 찝찝한 얼굴로 알겠다고 말하며 한 달간의 시간으로 협의한 뒤 진료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입 밖으로 뱉어내니 속은 시원한데 저렇게 예상치 못한 말로 인해 기분이 상했고 그동안 그토록 노력하며 다녔는데 왜 저렇게 나를 판단하고 있던 걸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만둔다고 말하기 전날 아침, 세 달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는 컴퓨터를 켜지 않은 실수를 했었는데 그 행동이라고 확신이 들었고 그렇다고 나를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어 많은 감정으로 황당했다.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기분이 더럽고 모욕스럽지 않았을 텐데 최소한 일을 하면서는 단 한 번도 꾀를 부리거나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저렇다니.. 자괴감이 들어 감정을 다스리기에 어려웠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던 한 가지. 더 빨리 그만둔다고 말할걸, 왜 무엇 때문에 망설였는지 후회까지 될 정도로 여긴 정말 아니라는 확신이 백 프로 차올랐다. 그래, 그만두는 게 맞는 거야. 잘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