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기간을 한 달이라고 협의했지만 내심 마음속으론 사람을 빨리 구하면 내가 더 빨리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품고 남은 기간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나는 정말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었고 조금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퇴사 의사를 밝힌 뒤 곧바로 취업 사이트에 병원 구인공고가 바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 기쁨의 안도가 터져 나왔고 나의 작은 소망은 어쩌면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변하려는데..... 생각보다 병원으로 면접 문의는 물론,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이게 아닌데-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삼일.. 하루하루 지나가며 이곳이 정녕 사람을 구하고 있는 곳이 맞는 건지? 싶을 정도였고
어쩌다 병원으로 면접 문의 전화라도 오면 그렇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꾸해 주었지만 나의 친절 가득 마음만큼 사람들은 면접을 보러 오지 않았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한 번 물꼬가 터지니 하루에 한 명, 많으면 세명까지도 연달아 면접을 보러 왔는데 그럴수록 점점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게 되었다.
한 달 보단 절대 빨리 그만둘 수는 없다는 것을.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이고 오히려 부디 한 달이라는 시간만큼을 지켜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면접 오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 높았기에 고민되는 원장님 마음이 이해되긴 했지만 사실 내 입장에선 누구든 제발 빨리, 빨리 이런 마음뿐이었다.
그러니 한 명 보고 가고 또 한 명 보고 갈 때마다 저 사람이 될까? 아니면 저 사람일까? 하며 혼자 상상해 보기 일쑤...
그러다 어느 한날은 평상시와 같이 데스크에 앉아 일을 하는데 저 멀리 문 밖에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실루엣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다. 분명 이쪽으로..
순간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이 먼저 튀어 오르며 데스크 안쪽 직원실로 들어와 주저앉았고 조금 뒤 병원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면접 보러 왔다며 익숙한 실루엣의 역시나 내가 아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면접 보러 들어가며 진료실 문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데스크로 나가 지금 면접 보러 온 사람 이름이 누구누구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어떻게 아냐고 하는 것.
그 익숙한 실루엣의 사람은 다름 아닌 전에 직장에서 나에게 인수인계해 주고 그만둔 사람이었는데 전 원장님과 조금 안 좋게 끝난걸 나에게 계속 연락하고 피해를 줬던 사람이었다
와, 정말 사람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지만 정말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는데... 하며 나의 사정을 둘러 이야기하니 면접 보고 갈 때까지 안에 있으라며 직원 선생님들은 나를 배려해 주었고 직원실 안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보아도 또다시 황당했을 정도..
면접을 보고 가고 난 뒤 그 사람이 뽑히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고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자 마음을 비웠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저 사람만은 아니길 바라며, 그러다가도
오히려 저 사람, 소아과 경력이 있어 일을 다 할 줄 아니 저 사람이 오게 된다면 내가 조금 빠르게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저 사람이 오는 게 난 걸까?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 다시 떠올려봐도 문을 향해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을 보며 그때 흘린 식은땀이 다시 주룩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