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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23. 2024

너에게 배운다

하나씩 배워 나갈게

저 오동통한 손.

최근 아들이 황남편에게 장기를 배웠다. 어려울 법도 한데 역시 우리 아들은 하고자 하는 것엔 상당한 끈기와 도전의식이 강해 스스로  장기알의 이름과 주특기를 적어 외우고 또 외워냈다. (자랑 맞다)


이렇게 외우 고나니 황남편이 해야 할  역할이 생겨났다.

바로, 아들과 장기 두기!!

아들이 장기 두자고 하면 끝없이 함께해야 한다. (무한반복)

솔직히 장기 둘 줄 모르는 나는 그 상대가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는데, 장기에 상당한 재미를 부친 아들은 평일 저녁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대신 엄마로 타깃을 바꿨다. (상당히 슬픈 이야기다)


하지만 뜻대로 엄마가 잘 따라오지 못하자 자신에게 유용했던 방법, 장기알의 이름과 주특기를 종이에 하나하나 적어 나에게 주었다. 그 정성을 보니 더 이상 안 한다고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나는 매일 저녁 아들에게 레슨을 받으며 장기를 두고 있다.


퇴근 후, 한참 집안 정리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아들은 말했다. 조금 이따 장기를 두자고-

그래서 나도 말했다. 장기를 두기 위해선 영어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너무 많이 틀리면 장기 둘 시간 없으니 잘 외우라고-

그럼 열심히 외우는 모습이 나올 법도 하지만 방에서 몇 분 뒤 다 외웠다며 나와 동생과 신나게 노는 것이다.


난 당연히 알고 있었다. 몇십 분 뒤 집안에 눈물이 흐를 것이란 걸.... 역시나 영어단어 시험을 보니 제대로 외우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틀리면 장기 둘 수 없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열심히 외우지 않고 신나게 놀지 않았냐고 아들을 쏘아 부쳤다. (그 순간은 정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 상황을 생각해 보니 내가 아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못난 엄마)


장기를 둘 수 없다는 나의 이야기에 아들의 눈물 수도꼭지는 터졌고 순식간의 우리 둘 사이는 고요해졌다.


이런 고요함 속에서 오늘에서야 느낀 사실이 있다.

우리는 매번 이런 상황에서 트러블이 자주 생기곤 했는데

전보다 서로 감정이 넘어서는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마음을 왜곡 없이 진실만 담아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진심이 담긴 서로의 마음을 먼저 알게 되니 기분 나쁜 감정도 빨리 정리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 주는 모습도 나타났다.


결국 영어시험은 다시 봤고 하기 싫지만 꾹 참고 하는 아들 모습에 장기판은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나는 이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저쪽으로, 아직 규칙도 방법도 서툰 나를, 아들은 잘 도와주었고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지고 말았다.

(매일 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어느 순간 내가 이 아이를 지배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자주 느끼곤 했다.


자율적인 모습 대신 내가 엄마라고, 내가 보호자라고 앞서서 나섰는데 점점 지나면서 아들을 통해 알게 되고 느끼는 것이 많아지고 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마음속 항상 지니고 있는 소망? 아닌 소망은 마음이 늙은 엄마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당연히 외모와 겉모습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반면에 내면은 내가 가꾸고 노력하면 될 것 같다는 크나큰 희망을 품고 있다.


젊은 마음을 유지함으로 황남매가 엄마는 소통이 잘 되는 살람이며, 스스럼없이 무엇이든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행복의 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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