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번째 생일

by 은조

생일의 의미를 조금 달리했던 나의 서른두 번째 생일-


기쁨과 풍성함이 넘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여태껏 행복이라 생각했던 행복들과는 차원이 다른 벅찬 생일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생일이 되면 누가 나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할 것인가? 그렇게 연락 오는 순서와 내용들에 따라 인간관계를 다시 정리하곤 했다.


생일을 알리기 위해 카톡에 생일날짜를 설정해 놓고 사람들이 보는 곳에 표시해 두는 것은 물론 주변에 은근하게 말을 흘리고 다니기도 했다.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닌 것은 언젠간 반드시 깨닫는 법.

그 순간이 나에겐 지금 왔고 그럼으로써 더 이상 연락에 연연하지 않고 순위를 정하지 않으며 따라가지 않는다. 마음이-


왜냐, 진정한 축하와 진심이 담김 행복 소통이 이제야 어떤 것인지 알게 되어버렸기에 말이다.


이번 나의 서른두 번째 생일을 가장 축하해 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편에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진심을 담은 축하를 받아보지 못했다.


어떠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본인이 생일의 기쁨, 축하를 받아보지 못했기에 굳이 생일울 중요시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


생일에 케이크를 사는 것도, 생일이 뭐? 다른 날이랑 똑같은데



결혼하고 초반 몇 년간은 서운함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나마 아이들 생일엔 적극적인 모습이 비치기에 그걸로 만족하며

본인 생일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사람이니 바라지 않고 마음을 비우자 단념했지만..


생일 당일이 되어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행동 앞엔 의연한 척을 하지 못하고 구차하지만 생일 며칠 전부터 그토록 인식을 박아두는데 애를 썼다. 아닌척하면서-


그런 남편이, 그런 남편이!

이번 나의 서른두 번째 생일엔 누구보다 앞서서 축하해 주는 게 아닌가? 먼저 생일이라는 단어를 꺼내고 축하 파티를 하자고 하며 괜찮다는 나의 말에도 굳이 굳이 케이크를 사서 초를 부러 주는 등 엄청난 변화가 나를 맞이했다


이번 생일은 왜 이렇게 풍성하다고 느껴지지? 하며 쭉 돌이켜 생각해 보니 9월인 생일 전부터 나의 생일 전야제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타이밍도 좋게 자존감이 바닥을 달리고 있던 그때, 원래 사주고 싶었다며 명품 목걸이를 사주곤 이런 비싼걸 내가 하고 다녀도 되는 거냐는 물음에 충분히 찰 자격이 넘친다고 말해준 남편의 말이 들었을 땐 그러리라 생각 들지 않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가슴에 남았고, 자존감을 찾아가게 도와주었다.


9월 초반부터 생일까지 이렇게 하나하나 물질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나를 채워주며 처음 느껴보는 풍성함과 생일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깊게 느끼게 해 주었다.


생일이면 꼭 북적북적해야 행복이라 느끼며 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착하고 대놓고 축하를 바라며 지냈던 껍데기 같던 헛된 시간들이 아닌, 이번 나의 서른두 번째 생일은 이러했다


제일 소중한 우리 진정한 가족 네 명이 모여 먹다 보면 부자가 된 것 같은 행복의 착각을 느끼게 하는 양갈비집에서 마음 대화를 나누며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작은 조각 케이크를 구매해 다 같이 둘러앉아 초를 꽂아 온 마음으로 손뼉 치며 생일 축하 노래 불렀다.


동영상으로 순간을 남기며 추억하고 엄마에게 한마디 타임에선 엄마가 나의 엄마여서 좋다는 감격스러운 말을 들으며 감동적으로 마무리했던 그러한 나의 생일-


32번째 나의 생일은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보냈던 생일보다 비교할 수 없이 벅찼고 진심으로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끼며 감사하며 아무런 결핍이 없었던 순간들이었다.


행복했던 나의 서른두 번째 생일, 가족의 의미, 힘, 사랑이 이런 것이구나.. 귀한 나의 사람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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