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늦은 저녁에 들어와 유일한 본인만의 시간 거기에 한잔의 맥주를 살짝 곁들이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 2시가 훌쩍 넘어가 있을 것이다.
거기다 불면증,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상당히 버거울 테지만 출근 준비하는 나를 위해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동안 기꺼이 몸을 일으켜 아침 준비를 해준 남편.
그런 남편이 요 며칠 아침에 잠은 깬 듯 하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은 듯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피곤하니 그럴 수 있지만 평소와는 달리 괜히 축 쳐진 기운 없는 사람으로 보여 신경 쓰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괜히 이길 바라본다
평일, 생활 패턴이 정 반대인 우리 부부는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고선 얼굴 보고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게 가능하려면 내가 남편이 올 때까지 잠들지 않고 기다려야 하고 남편이 오면 같이 한잔 먹으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나도 일 하고 온 뒤라 피곤하고 지쳤고 다음날 출근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시간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자로 하는 대화는 하루 종일 계속해서 이어지니
소통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도 원래 생활패턴 생활관도, 어느 하나 같은 것도 비슷한 것도 없지만 이렇게 잘 맞춰 살아가고 있는 게 어떨 땐 신기하기도 하면서 완전 정 반대로 다르니 색달라서 잘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이렇게 다른 만큼 일하는 구조도 다르다. 나는 남의 밑에서 돈 받고 일하는 직장인. 남편은 자기가 사장인 자영업자-
일요일 저녁만 되면 남편이 그렇게 부러워지면서 은근히 얄미워지기도 했다. 저녁 10시만 되면 다음날 출근해서 시달릴 것이 걱정돼 얼른 자야지 늦게 자면 다음날 피곤할 테니 자기 싫어도 자야지 그러면서 억지로 침대에 몸을 눕히고자 하려는데 남편은 월요병? 그딴 거 전혀 느끼지 못하니 내 속도 모르고 조금 이따 자라고 왜 먼저 자냐고 해대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지 않은 남편이 점심이 지나서 출근했다는 문자를 보내왔길래 뭐 좀 먹었냐고 물었더니만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답장이 왔다. 굳이 왜냐고 묻지 않아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지 알 거 같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장사가 잘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힘이 없어 보였나?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나?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간다며 미치겠다는 다음 문자-
음성지원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마치 문자에서 기운 하나 없는
축축 처진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안쓰러워라. 그래. 맞아.
순간 일요일 저녁 남편을 순간이나마 얄미워하던 내 감정이 창피해졌다. 다 상대적인 건데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자영업자의 숙명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남편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 더군다나 제일 잘 알아줘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면서 너무 치졸하고 못났다.
한껏 풀 죽은 남편에게 무한 긍정을 선물했다. 마찬가지로 음성지원이 되지 않지만 남편에게도 내 음성이 들리는 거처럼 닿길 바라며....
물론 긍정의 말을 한다고 해서 당장 긍정적인 일만 생겨나진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서 굳이 축축한 빗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고 빗물을 더 쏟아부을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걷다 보면 땅이 조금씩 마를 것이고 조금 더 걷다 보면 해가 뜰 것이라고 당신은, 내 남편은 반드시 그런 길을 걸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빗길이든 눈길이든 언제나 함께라는 거 잊지 말고
우린 반드시 평탄한 길로 내려올 것이니 두려움은 나누고
걱정은 줄이고 계속해서 될 것이라 믿으며 나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