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잠깐
대단한 각오를 한 거 마냥 아침부터 마음이 대단히 비장하다.
왜냐하면, 나에겐 절대 잊어선 안 되는 크나큰 미션이 있었고..
그 미션의 이름은.... 일명, 딸아이 학교 데리러 가기..라고 한다.
잊으라 해도 절대 잊히지도 않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1시에 시작하는 점심시간보다 하교 시간은 조금 더 빨리 끝나는 편이라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침부터 초조했던 것이다.
딸아이가 잠깐은 기다릴 수 있을지라도 추운 날씨에 밖에서 별로 굳이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늦게 됐을 때 괜히 마음이 급해질 거 기 때문에 아침부터 간절히 바라고 바랬다. 점심시간
직전 환자는 많지 않길.....
너무 간절했나? 간절히 너무 깊어 땅으로 떨어진 듯 야속하게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타임에 학교가 끝났다며
딸아이 얼굴이 뜨는 전화가 손목, 워치에서 징징 울리고 말았다. 그걸 받지 못하고 끊어야 하는 그 순간이 참으로 감정이 묘하게 이상했다.
얼른 끝나고 딸아이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끝나자마자 패딩 점퍼만 걸쳐 입은 채 후다닥 나와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며 뛰어 나갔다. 걱정과는 달리 차분히 전화를 받는 아이. 안심되며 감사했다.
나는 뛰었지만 아이는 절대 뛰지 말라고 하며 시선에 들어오 길 들어오 길..... 멀지 않은 거리라 금세 보이는 딸아이.
추운데 패딩 점퍼도 다 올리지 않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서도 엄마를 보곤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저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딸이라니.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걸까?!
그 순간, 좀 전까지의 힘듦, 짜증은 이미 사라졌고 배고픔 따위도 얼마 든 참아낼 수 있다 생각이 들었다. 우린 서로 차가워진 손을 맞잡고 학원 근처 카페로 들어가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여기서 핫초코는 필수!
자리에 앉기 무섭게 조잘조잘 거리는 아이를 보며 행복감이 슬며시가 아닌 무서운 속도로 확 피어올랐다. 이 존재가 나에게 이렇게 크게 다가온다는 사실에 새삼 한번 더 놀란 순간.
힘들 예정이던 오후시간을 왠지 잘 견뎌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니. 너의 존재만으로도-
짧은 시간 짧게 만나 보낸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것을 주고 간 이 아이. 내 전부구나.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일정을 놓칠 때가 있고 퇴근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준비물이나 숙제를 못 봐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입 밖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살고 있다고 생각 드는 날이 많았다.
거기다 잘못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며, 다른 건 잊으면서 일은 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며 아이들보다 나는 나 자신 삶의 것들을 중요시하고 우선시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인가? 하는 생각으로 괴롭기도 했었는데 역시 그렇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말하듯 내가 살고 싶고 그것도 잘, 살아가고 싶게
만들어준 존재가 아이 들인 만큼 내 세상엔, 내 중심엔 아이들뿐이라는 것을 짧은 그 잠시잠깐에도 느꼈으니 말이다.
나는 너희들을 만나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