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밉지?!

by 은조

울고 싶었다.


남편에게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도 내 마음을 제대로 직면하고자 용기 내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 명절병.


설날이든, 추석이든 명절은 나에게 여전히 깊은 울적함이 스며들어 나의 마음을 심하게 요동치게 만든다.

결혼하고 초반 1~2년은? 나아지는 듯 희망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시기가 지나가자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매 해.


결혼 전, 명절은 세상이 나를 혼자라고 증명시키듯 그날만큼은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 분명 우리도 가족 구성원이 있지만 흩어져 사라져 버린 우리의 형태.


그렇기에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외로움을 넘어서 서글픔으로 순간순간 버티며 지냈을 것이다. 분명


그러니 결혼 후엔 나만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 늘 느껴왔던 외로움과 서글픔이 사라질 거라 예상했지만 착각이었고,

늘 함께해야 하는 상대편의 가족들을 보며 상대적인 모습에서 회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해 한해 시간이 더 지날수록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의 작디작은 소망이 어떠한 희망도 품지 못한 채 사라져 가야 한 현실을 보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모든 걸 다 남편과 공유하고 소통한다 하더라도 이 깊은 나의 내면 문제는 이해하지 못하리라..


심지어 최근엔 엄마의 이사로 인해 나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앞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머리로는 엄마의 행복을 바라고 현실적 상황을 이해하지만 여전히 마음, 감정적으로는

나를 버리고 갔다는 말도 안 되는 생떼 부리는 고집스러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밉지 않지만 미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나의 마음 표현은 연락하지 않는 것.

그럼에도 엄마는 엄마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표현하고 소통하려 애쓰고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대했다.

그래서 몰랐다. 엄마가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줄은…


설연휴가 시작되었고 아들은 방에서 게임을, 남편은 딸아이를 데리고 외출 중이었다.


집안 정리를 하고 있던 중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연휴니까 한 번은 올 거라 예상했던 전화였기에 벨이 몇 번 울리기 전 받았고 역시나 예상했듯 똑같은 물음과 대답의 흐름 통화.


이야기를 이어가다 끊기 직전 엄마의 한마디

“ 나 밉지” 갑자기? 뜬금없이 본인이 밉냐는 물음.

이번엔 예상치 못한 물음에 바로 대답이 나가지 않았지만

한번 텀을 두고 침착하게, 갑자기? 왜?라고 물었다.


“이사 가서 밉잖아”라는 엄마의 대답에 눈물이 치밀어 올랐고 목이 막혀 어떤 말로도 대답할 수 없었다.

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입술을 꽉 깨물어야 했다.


한참 대답 없는 수화기 너머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못 들은 척했고, 뭐라고? 못 들었다는 나의 말에 엄마는 아니라며.

서둘러 말을 마무리 짓고 전화를 끊었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지 않고 흘러내렸다.

울고 싶었으니까-


우리 가족이 왜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던 것일까.


알고 있다. 생각해 봤자 대답해 주는 이도 해결되는 것도 없는 것도 어느 한 명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어느 한 부분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도.


상황이 분명 그래야만 했을 것이란 걸.. 나도 부모가 되어보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무게를 짊어진 사람으로 살아가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삶을 조금씩 경험하며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을 맞딱들이게 되니깐-


요새 왠지 모르게 엄마한테 잘하지 않으면 가슴 치며 후회할 거 같다는 두려움에 엄마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향한 서운함과 미움이 쉽게 지우고 사라지지 않았다.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직도 이렇게 어리광이나 부리고 있다니.... 덜 성숙한 인간이자 난 여전히 앞으로도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한낱 연약한 존재인듯하다.


엄마, 나는 엄마가 밉지 않아.

나를 어떻게 키워줬는데 내가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감히 내가 엄마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 표현 못하는 사람이라는 핑계는 더 이상 하지 않을게.


엄마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

물질적으로는 부족했어도 항상 사랑, 감정만으로는 차고 넘치는 모든 것들을 주었던 만큼 그래서 내가 내적으로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고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 준 은혜 절대 잊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며 어떤 것으로도 베풀어 나갈게. 사랑해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