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

by 은조

잠 좀 자고 싶어서, 에라 모르겠다.


분명 8시 40분까지 출근인데, 8시가 되기 전부터 늦었다 늦었다를 외쳐대는 나를 보며 남편도, 아이들도 이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낸다. 나는 정말 급해죽겠는 걸....


그렇다고 집에서 출근이 오래 걸리냐? 걸어서 10분 거리...

그러니 더욱 이해 안 된다는 눈빛을 발사하는 거겠지?!


조금 더 빨리 나가고 싶어서 조금 더 빨리 일어나도 아침엔 희한하게도 조금 더 빨리 일어나는 만큼 뭐 그렇게 할 일도 많고 해 놓고 나가야 하는 것들도 많은 건지. 그것 또한 퇴근하고 난 뒤 조금이나마 일을 줄이고 싶은 나의 욕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버거움에 허우적거리며 끝내 마무리짓고서야 나간다.


그러니 결론은 나가는 시간이 더 빨라지지 못하는 가족들은 다 알지만 나만 알지 못하는 아이러니.


내가 이른 출근을 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고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경력이 적으니 노하우가 없어 시간에 비례한 일처리가 이루어지는 탓에 나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준비하고 시작해야 그나마 덜 버벅거리고 조급하지 않게 준비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끝내고 나면 개운함이 아닌 실수한 건 없는지 걱정과 찝찝함이 몰려오며 다시 또 확인, 또 확인이 필요한 무한 굴레에 빠지게 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만 한다.


그래, 시간이고 확인이고 다 좋다 그거다-

그러나 이런 반복이 이루어지다 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쌓이고 있는 걱정 없는 걱정까지 다 끌어모으는 지경까지 오게 되어버린 것.


잠을 잘 수가 없다.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온통 일터의 모습들이 그곳의 일들이 끝나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나의 머리를 굴려 생각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그것이 지나쳐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일처리를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으로만 가득한 새벽녘을 보내고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난충혈된 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몽롱한 하루하루 일상이 지속되다 보니 어느 날부턴가 귀에서 삐------------ 이명 소리가 나고 눈앞이 하얘지는 등... 내 몸이, 정신이 망가져가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실수 한번 하면 이때다 싶어 몰아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곳에서 싫은 소리 안 듣고자 잘하지도 못하면서 너무 잘하려고

애를 쓰다 보니 심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고 느끼고 있음을 강하게 깨닫게 된 나.


생각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살려고 하는 건데

먹고살아야 하니깐 그러니 돈 벌려고 하는 일인데

몸뿐만 아니라 이러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마음을 바꾸자.

최선은 다하지만 실수, 그거 좀 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안 하려고 신중하게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탈이 난다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


내가 이렇게 발버둥 친다고 해서 실수가 없는 것도 아닌걸.


퇴근 전 스스로 실수한 걸 발견하게 되었다.

확인하고 했지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조금 오류가 있던 것인데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면서 한번 더 느끼게 된 것이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서 실수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것이 크게 문제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저 지금처럼 내 할 일을 최선을 다하면 될 뿐.

나 스스로가 당당하면 되는 것.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나의 실력이, 경험치가 거기까지라는 것.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것.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내 정신 건강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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