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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Mar 15. 2024

황코야 안녕,

새로운 가족, 그런 존재

처음의 시작은 아들의 지나가는 식의 말소리였을 뿐이었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아는 형은 앵무새와 도마뱀을 키운다는 그 말소리. 아들이 지나가는 말로 하니 나도 흘려 들었고 그냥 그렇구나 할 뿐, 신경 쓰이지 않았다.


본격 2주 정도 됐을 것이다. 그즈음부턴 지나가는 이야기가 신경 쓰이며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얼굴만 맞대면, 눈만 마주치면 아들은 도마뱀의 이름, 입양 비용, 생김새, 키우는 환경 등등 끊임없아 이야기를 했다.

(집요함이 있는 편)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하니 들어주고 대답해 주긴 했지만 내 마음속엔 절대 키우려는 마음 따윈 없었다. 절대!

이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신나게 떠들어대며 매일을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을 하며 들떠있었다.


작은 관심은 키우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야기해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하고 절대 안 된다고만 하는 엄마 대신 아들의 타깃은 아빠에게로 향했다.

자신의 말이라면 잘 들어주는 아빠란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아들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빠 속도 모르고)


애매한 상황에서 내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 건 아들의 진실이 담긴 진심이 느껴져서였다. 막연하게 대책 없이 키우고 싶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닌 도마뱀에 대해 정보를 얻어오고 어디 가서 입양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몇 시부터 몇 시인지까지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그렇다면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양하면 모든 걸 본인이 하겠다는 아들. 그러나 겁이 많은 편이라 과연 만질 수나 있으려나 우리 부부는 생각했고 그래도 아들이 저렇게까지 간절히 진심으로 원하고 있으니 우리도 마냥 계속 무시하고 못 들은 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아들이 찾은 정보로 도마뱀 박람회를 가게 되었다.


이런 곳에 누가 많이 올까? 싶었지만 다양한 연령에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이런 곳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넋 놓고 보기엔 정신없고 번잡해 처음 들어선 곳의 제일 앞쪽으로 크게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길 따라 따라갔고 그곳에서 정말 많은 종류의 도마뱀을 볼 수 있었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전부 다 다른 도마뱀들을 말이다.

솔직히 그때부턴 아들에게 보여주기만 하자고 생각했던 마음은 이미 사라졌고 나 또한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에 반해 자연스레 여러 도마뱀들에게 시선이 끌렸고 그중 집으로 데려갈, 입양할 도마뱀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자세히 그리고 친절히 도마뱀에 대해 알려주시는 담당자분이 계셔 도마뱀에게 더욱 마음이 스며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주 작고 작은 개코 도마뱀을 품에 품고 희희 낭낭 즐겁게 이름을 뭘로 할까 뭘로 할까 하다가 끝내 황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도마뱀과 함께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 후 박람회에서 구매한 나름 차려져? 있는 집으로 황코를 옮겨주었다. 처음 옮기면서 움직이는 모습에 옆에 있던 내가 더 오버하며 엉덩이를 뒤로 빼긴 했지만 고개를 쭉 빼고 엉금 기어가는 그 귀여운 모습을 눈에 담아냈다.


보다 보니? 더 귀여운 거 같아 사진도 찰칵찰칵, 처음 먹이를 주는데 배가 고팠는지? 홀짝홀짝 잘 받아먹고 혓바닥을 날름 날름 하는 것 또한 너무 귀여웠다. 그냥 다 귀여웠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도마뱀이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도마뱀이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떠도 그리고 중간중간에도 자꾸만 보게 되고 또 보게 되는, 우리 황패밀리에게자리 잡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참 웃픈 이야기도 있다. 처음 입양할 때 자신이 밥 주고 다 할 거라고 했던 아들은 아쉽게도 잘못하면 펄쩍 뛰는 황코를 컨트롤하기가 아직은 무리가 있으니 본의 아니게 밥도, 집 치우는 것도 황남편이 맡아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밤, 퇴근 후 귀찮다고 하면서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일인 양 부지런 떨며 건조하지 않게 분무도 해주고 배변이 묻은 휴지는 돌돌 말아 버리고 다시 깨끗한 휴지로 갈아주며 매번 물그릇에 물도 깨끗한 걸로 담아 넣어주고 있는 황남편


오늘 아침엔 황남매에게 둘러싸여 밥을 먹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조금 뒤 황남편이 황코 입에 밥을 대주고 있으니 황코의 집과 (통) 안에 들어있는 기구들을 가져가서 닦던 아들.

자연스레 분업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밥을 주는 황남편은 매일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냐고 불평 아닌 불평을 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노라면 황남편 또한 황코에게 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황코는 우리 집의 한 명의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누가먼저랄 거 없이 황코의 행동과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도란도란 앉아 살펴본다.


처음엔 그랬다, 그냥 키워보자고 그러나 점점 키우면 키울수록 날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그냥이 아닌 너무 잘 키우고 싶어 졌고 오래 함께하고 싶어졌다. 이젠 그런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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