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Mar 08. 2024

천사가 내려와 하는 말

너를 만나

태어날 때부터 우리 아들은  FM이었다고 할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초산은 원래 대부분이 예정일을 넘기고 분만하게 된다고-


하지만 우리 아들은 약속을 지키려고 그랬는지 전날까지는 너무 멀쩡하다가 다음날, 예정일인 당일 오전에 화장실을 다녀오니 팬티에 이슬이 비췄고 그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그날 저녁 가진통에서 진진통으로 바뀌고 진통 시간이 규칙적으로 체크되는 것을  확인 후 산부인과로 갔다.


보통 초산이면 진통이 있어도 자궁문이 잘 열리지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기에 나도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며 갔다. 하지만 이미 나는 3cm가 열렸다며 바로 입원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원하여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지키던 엄마의 자리를 퇴근한 황남편이 교대해 달빛과 함께 말벗  동무가 되어주었다.

금방 끝날 거 같았던 출산은 길어졌고 자고 싶어도 심해지는 고통으로 잠들 수 없는 나와 함께 황남편도 버텨주었다.

그 순간에 너무 심적으로 잘해주었기에 결혼초반 밉고 미운 마음이 어느 정도는 다 사르르 녹아내렸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12시간 넘게 진통 끝에 오후 12시 41분에 아들이 태어났다.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사히 태어났고 예상치 못했는데 몸무게도 조금 더 나갔고 키도 크게 나왔다. 몸무게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지만 엄마도, 아빠도 작은 키를 가졌는데 우리 아들은 신생아 중 제일 큰 키를 가지고 태어났던 것- 그렇게 우리 아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러나 기쁨도 기쁨이지만 정말 힘들었다. 많이 힘들었다.

정신줄을 놓는다는 느낌을 이거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아이를 낳고 시끌벅적한 순간이 고요해지며 이제 다 끝났다고 조금 누워있으라고 하는 그 순간 긴장이 풀린 나는 기절을 할 뻔했다. 의사 선생님의 정신 차리라는 소리와 함께 정신줄은 겨우 잡았지만 출산이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고 육아라는 또 다른 힘듦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저귀를 가는 것도 목욕을 시키는 것도 서투르고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던 신생아 시절, 다 그렇듯 나도 잠을 자는 건지 안 자는 건지 알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수유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가 울지 않은 것이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너무 놀라 확 깨어나서 아이를 쳐다보는데.. 아이는 천사 같았다 아니, 천사가 실제로 있다면 이런 모습과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으며  살고 싶어졌다. 그것도 아주 잘


세상에 미련하나 없었다. 사는 것이 고통이고 힘들었기에 지금 바로 이 세상을 떠나야 한대도 두렵지 않았고 슬프지 않았다. 그러나 이 아이가 나를 살고 싶게 만들어줬다.


그때 느낄 수 있었던 천사의 느낌은 지금도 매우 생생하다.


지금은 죽을까 봐 두렵다. 이 아이를 두고 떠난다는 것은, 이 아이에게 나 같은 결핍을 느끼게 해 줄까 무서울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아들은 나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다.

다른 일들은 나름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다고 잘 견뎌낸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아들 일에는 더 많이 기쁘고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슬프다.


올해 10살이 된 우리 아들.

천사썰을 본인도 알고 있다. 물론, 정확한 내 마음을 고백하진 않았지만 본인을 만나 엄마가 행복해졌다 정도는 알고 있다. 아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천사 같은 존재다. ( 착한 천사도 있고 나쁜 천사도 있잖아요?!)


너무 FM이라 항상 정확해야 하고 대충이라는 것이 없는

아이라 매번 대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어렵기도 하지만 최근에 읽은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에 나왔다.



가족을 손님 대하듯 하라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