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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Mar 22. 2024

행복을 누리기

불행, 불안

내가 너무 행복함에 대해서만 많이 떠들어 댔지만, 원래 나는 행복과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불행하기만 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2년 전쯤? 원래 고질병처럼 가지고 있는 공황장애가 또다시 심하게 증상이 나타났다. 원래 그랬듯 증상이 나타나도 무작정 버티고 버텨냈는데 이번엔 깨어 있는 시간이 아닌 저녁, 잠자려고 눈만 감으면 나타나는 증상으로 도저히 버티고만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전에 지나가는 말로 들었지만 혹시나 하여 귀에 담고 있던 동네에 있는 신경정신과를 기억해 내어 처음으로 진료를 보게 되었다.


다녀온 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면 많이 흘렀음에도 딱!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들었던 그날의 기분과 느낌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큰 유리문을 열고 들어갈 땐 막상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들어서고 접수증에 내 인적 사항들을 적고 있으니 약간의 어색함이 내 마음을 감돌았고 접수 후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니 초조함과 불편한 감정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거 같았다:


막상 내 옆에,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며 이곳이 신경정신과인지 일반내과 인지 다른 병원들과  다를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나 혼자만의 선입견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있던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조금 기다림 끝에 내 순서가 되었고 하얀 진료실이라고 써진 문을 두 번 노크 후 들어서니 그냥 하얗고 하얀 배경이 제일 눈에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친절한 느낌의 목소리를 지닌 남자 의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긴장한 얼굴을 띄운 채 의사의 맞은편앞자리에 앉았는데 나와는 다르게 평온하고도 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의사는 나에게 어떤 부분이 불편해서 왔냐고 자연스레 물었고 짧지만 긴 상담을 마쳤다.


공황장애에는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고 했고 내가 증상을 느끼는 상황은 불안 쪽에 속한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불안이 공황장애에 속하는지 그때 제대로 알게 되었고 나에게 나타나는 이유를 알게 되니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거 같았다.


상담 후 감기약과 비교하자면 항생제가 아닌 증상치료제의 약을 받아왔고 다음 예약 날짜를 잡고 왔지만 다시 예약일에 가지 않았고 약 또한 한 번 먹고는 먹지 않았다.


예상대로 이유를 알고 증상을 인식하니 정말 놀랍게도 힘든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이 손에 꼽을 정도로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다시 증상이 나타났는데, 이전과는 다른 불안으로 증상이 찾아왔다. 불안하면서 죽을 거 같은 공포가 아닌 새로운 일상 속 불안감으로 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이 가지고 놀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부루스타를 사용 후 탈착이 잘 되었는지 탈착을 했어도 이게 자고 있는데 불나면 어쩌지?부터 가스불을 껐지만 내가 분명 확인했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부엌으로 가서 꼭 확인을 해야 하며 하도 뒤숭숭한 칼부림 뉴스 등을 많이 봐서 그런지 뒤에 누가 오면 칼로 위협을 가할 거 같다던지 수많은 일상 속 크고, 작게 불안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아닌 걸 알고 분명 아닌 것인데 그럼 이럼 어쩌지? 저럼 어쩌지? 하는 수많은 걱정으로 시작된 불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진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을 괴로워하며 자괴감 마저 들기도 했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지속되고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니 미처버릴 거 같아 종이에 적고 또 적었더니 좀 나아졌다

역시나 글을 쓰며 나를 들여다보며 불안감을 날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여 나는 지금 이곳에 또 적어내고 있다.


이렇게 쓰고 있노라면 알게 모르게 마음이 정리가 되면서 어느 부분에서 불안이 생기는지 알아가게 되는 거 같다. 그러면서 진실을 진실로 볼 수 있는, 행복을 불안으로 감추지 않는 마음의 병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젠 알 거 같다. 최근에 나를 찾아온 새로운 불안의 증상은 잘 살고 싶다는 감정에서부터 온 것이란 걸 말이다.

이전과는 달리 잘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으며 가정에 대한 애착이 날이 가면 갈수록 상승하니 행복감이 사라질까 내가 정말 이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걸까, 이것이 확실한 내 것이며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걱정이 과해지며 불안함으로 표출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젠 새롭게 찾아온 불안의 손님을 물리칠 수 있을 거 같다. 아무리 마음으로도 머리도로 아니라고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되내어도 또 되내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글을 쓰며 솔직한 내 감정과 일대일 대면하니 불안의 이유를 뿌리째 뽑아내게 되었으니-


나를 스스로 행복과 친하다고 않고 나도 과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은연중에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마음이 나를 불안으로 끌고 가고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렇게 불행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처음부터 아빠 자리의 부재를 느끼며 자랐지만 자신들의 딸과 다를 바 없이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 주던 외삼촌과 외숙모가 함께했고, 물질적으론 가난 하지만 어느 앞에서도 비굴함 따위 보이지 않고 마음만큼은 세상 제일 강하게 지켜주며 넘치는 사랑을 주던 엄마가 있었다.


또한 한창 사춘기로 스스로 만을 챙기기도 버거웠을 텐데 학교가 끝나면 당연하듯 다 제쳐두고 나를 돌보기 위해 달려와 주던 친오빠가 있었다.

오빠와 나는 8살의 나이차이라 그때 서로 느끼는 감정 생각은 많이 달랐겠지만 그랬겠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탱하며 한뜻을 가지며 버텨내고 있음은 분명했다.


나는 이렇게 불행하기만 했던 사람이 아닌 행복한 사람이었고 충분히 행복함을 누려도 되는 사람인 것이다.

힘듦과 불행이라는 감정을 가진 기간은 분명 길었지만 날 지켜주는 사람들 속에서 잘 감당했고 그 안에서 돈으로도 살 수없는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닼


이제 나는 행복함이 사라질까 전전긍긍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대신,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누리기로 결심했다. 부디 이 결심이 금세 사라지지 않길 바라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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