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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Apr 03. 2024

따뜻한 김치볶음밥

덕분에

출근 전, 아침엔 꼭 맛있는 걸 먹어야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한동안은 김치찌개에 밥 말아먹는 걸 즐겼고 요즘은 김치볶음밥에 빠져있다. 원래  먹고 싶은 건 전날 저녁이나 미리미리 만들어두는 편인데 이번엔 김치를 늦게 주문시켜 아침에 부랴부랴 만들어야 했다.


나의 알람은 늘 오전 6시 30분을 시작으로 울리지만 딱,

울리자마자 일어나본 경험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렇게

목적? 이 있는 아침엔 세상 빠릿빠릿함을 장착하며 일어난다


처음엔 이렇게? 저렇게, 양파가 덜 익은 식감이 나기도 하며 맛있으라고 넣은 캔 참치가 어느 부분에만 한 덩어리로 뭉쳐있기도 하는 등 작고 귀여운 실수들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하도 여러 번 만들다 보니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순서가 떠 올랐고 참치 또한 한 곳에 뭉치치 않게 이리저리 나누는 손길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은 갓 만들어 따뜻함의 김을 내뿜고 있는 김치볶음밥의 맛있는 냄새가 가득 차기도 했다. 일단 바로 먹을 내 거와 아들 몫의 양은 밥그릇에 따로 담아두고 나머지는 소분하여 한가득 담아 한 김 시키려고 뚜껑을 열어뒀다.


인생은 타이밍이라지만 특히 아침은 아들과 나의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아들도 아침에 씻고 나도 씻어야 하기에 말이다. 아들은 일단 한 번 욕실로 들어가면 “다 씻었니? 언제 나오니”라는 나의 외침이 세 번 정도는 무조건 지나야 나온다.  


나는 스스로 나름대로 시간대별로 딱 딱 맞추어놓은 계획이 으니 조급함이 들어 묻는 것인데 아들 입장에선 열심히 씻고 있는데 계속 엄마의 조급함이 묻은 물음에 기분이 나쁠 수 있었고 실제로 그것 때문에 아침에 꽤 많이 실랑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니 싸우기 싫어 이제 나는 요령껏 묻기 전엔 최대한의 부드러움을 끌어올려 외침이 나올 때 한번 꿀꺽 삼키고 또 삼키고 마지막 꼭 필요할 때만 외친다. 그렇게 서로의 기분을 보호할 수 있다.


바로 갓 만들어 먹는 김치볶음밥은 더욱 맛있었고 나 먼저 후루룩 먹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왜인지 아침엔 상에 앉아서 먹는 것보단 서서 먹는 것이 편해 거의 서서 먹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황남편은 앉아서 먹으라고 말한다.

서서 먹으면 누구 같다고 했는데.. 누구였더라?


그사이 아들은 말끔하게 씻고 나온다. 아침에 씻는 걸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말하자면 이야기가 한 트럭 나오니 넘어가고 어쨌든 언제나 씻고 나와 개운해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수건으로 물기를 착착 닦는 아들 옆에서 나는 서비스 겸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며 에센스도 칙칙 뿌려준다. 머릿결도 자르르 좋은 냄새도 훅- 이제 옷 입으러 출동~!!


아들이 나오면 나는 들어간다. 욕실로-

화장실이 두 개 있는 집을 꿈꾸긴 하지만 실제로 결혼 전 친정에서 살 때 화장실이 두 개임에도 모두 쓰던 곳만 쓰게 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고 두 개라면..  청소가 아주 귀찮다는 것을 그땐 멀리서만 느꼈는데 이젠 내가 직접 해야 하니 그 꿈이 점점 커지지는 않는다.


씻기까진 참 귀찮아도 씻고 나오면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들며 상쾌한 기분을 가지고 나온다. 머리를 찰찰 털고 부으으으-

드라이기를 강으로 맞춰 따뜻한 바람에 물기가 사라질 만큼 말리고 나와보니 “밥 먹어라, 먹어라” 하지 않았는데 아들이 스스로 김치볶음밥을 앉아서 먹고 있다.


그 모습이 기특해 보고 2분쯤 보고 있었는데 묻지 않았음에도 아들이 나에게 먼저 말했다. “ 엄마, 맛있다. 김치볶음밥”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 금방 한 그릇을 뚝딱 해낸다. 내 거보다 더 많이 담아냈는데 말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우린 아침에 서로 기분 잡칠일이 아주 많이 줄어든다.


씻기만 하면 준비는 금방 끝난다. 전날 생각해 둔 옷을 입고 시력이 좋지 않아 투명 렌즈를 낀다. 그리고 선크림부터 아파 보이지 않게 입술에 색깔 있게 살짝 발라주고 거실로 나가 나머지 상 정리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한 김 다 식은 김치볶음밥 뚜껑을 닫아 냉장고 한편에 착착 쌓아 올려두고 마지막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끝낸 뒤 겉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선다.


해야 할걸 했다는 마음, 이런 기분 좋음이라면 아침에 좀 부산 떨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힘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거기다 내가 다 끝냈다는 마음, 미션을 깼다는 성취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그런 기분 좋음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들 덕분에 그리고 김치볶음밥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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