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에서 원숭이랑 눈 마주쳐본 사람?
첫 여행지 담불라는 정글이 넓게 펼쳐진 도시다. ‘스리랑카 여행’하면 제일 많이 검색되는 ‘시기리야 락’ 사진으로 유명하다.
스리랑카에서 맞는 첫 아침, 숙소 호스트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조식을 먹었다. 스리랑카의 숙소는 홈스테이 형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1층에는 집주인 가족이 살고, 2층의 방을 숙소로 내놓는 식이다. 그래서 조식도 현지 가정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담불라에서 먹었던 조식에서 유독 정성이 느껴졌다. 코코넛을 듬뿍 넣어 반죽한 납작한 로띠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인 까리밧. 모두 스리랑카 전통 음식이다. 한입 맛보자 코코넛의 달큰함과 묵직함이 입안에 감돈다. 같은 아시아권이긴 하지만 음식에서부터 이곳이 먼 이국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아침을 먹고 일정을 시작하려는데 비가 쏟아졌다. 이번에 스리랑카를 여행했던 시기는 1월로, 스리랑카에서는 보통 12월부터 3월까지가 건기에 해당한다. 건기에는 여행하기 좋은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다. 고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기상 이변으로 이번 여행은 늘 비와 함께하게 됐다.
앞으로 펼쳐질 고생길, 아니 빗길에 대해서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채 눈앞에 내리는 비를 우연한 낭만이라고 생각했다.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 앞 테라스에서 책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테라스 앞에는 키 큰 열대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펼쳐져 있다. 후두둑, 빗방울이 나뭇잎을 두드렸다.
그때, 전깃줄을 타고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하나, 둘, 셋... 열 마리쯤 되는 원숭이가 집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담불라에는 정글이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야생 동물들이 무척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물소, 공작새, 코끼리까지 마을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쉽게 눈에 띄는 건 원숭이다. 한국에 길냥이가 있다면 스리랑카에는 ‘길숭이’가 있을 정도로 흔하다. 마을 주민들은 원숭이를 특별히 예뻐하지도,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원숭이가 옆에 있든 말든 할 일을 한다. 원숭이도 먹이를 주지 않는 이상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멀리 도망가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할 일을 한다. 이 마을에서는 원숭이들도 어엿한 마을 주민이다.
원숭이들은 테라스의 기둥을 타고 놀았다. 옆 건물 공사장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전깃줄에 반동까지 줘며 그네도 탔다. 그런 원숭이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원숭이를 보니, 얼굴과 손발이 사람과 너무 닮아 약간 섬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길숭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원래 일정이었던 ‘ 시기리야 락’을 보러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