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쓰면 쓸수록
내 글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하고
그 빈자리가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때때로 나의 흔적이 물결 속에 잠겨버릴 것만 같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두려워지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그들은 시대(時代)를 품고 말 없는 목차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새기옵니다
나는 그저 흐릿한 불빛 같고,
내가 그 자격(資格)에 다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사옵니다-
다만, 적어도 시(詩)를 쓸 때만큼은
내가 동경(憧憬)했던 시인들이 아주 가까이,
숨결처럼 바람을 타고 머무르는 듯 하옵니다
이 순간(瞬間)만큼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드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오늘도 나는 녹슨 연필을 들어
세상의 끝자락을 향해
오늘도 한 줄의 시(詩)를 써 내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