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연필

by MH

시(詩)를 쓰면 쓸수록

내 글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하고

그 빈자리가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때때로 나의 흔적이 물결 속에 잠겨버릴 것만 같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두려워지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그들은 시대(時代)를 품고 말 없는 목차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새기옵니다

나는 그저 흐릿한 불빛 같고,

내가 그 자격(資格)에 다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사옵니다-


다만, 적어도 시(詩)를 쓸 때만큼은

내가 동경(憧憬)했던 시인들이 아주 가까이,

숨결처럼 바람을 타고 머무르는 듯 하옵니다

이 순간(瞬間)만큼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드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오늘도 나는 녹슨 연필을 들어

세상의 끝자락을 향해

오늘도 한 줄의 시(詩)를 써 내려가옵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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