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도 낯을 가린다.
오는 여름은 아주 뜨겁다는데,
나는 이 뜨거운 땡볕 아래
한 치 망설임 없이 홀로 걷고 싶다.
늘 어두운 조명 아래 팔을 괴고,
고개를 떨구어도 하얗게 마른 백골조차
어스름한 빛 앞에선 서서히 굳어간다.
죽어가는 피부는 검푸르게 갉히고,
혼탁한 동공 속엔 여린 점막이 하나둘 갇힌다.
외롭다고 해서 외로운 것이 아니고,
외로워 보인다고 외로운 것도 아니다.
다만 서툰 고독에 사무친 소년만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다.
백옥 같은 피부가 부식되어
백골이 되어 쫓기더라도,
내게 조여오는 길을 찬란히 걸어가고 싶다.
낯을 가리는 계절처럼,
머언 대륙을 건너 모래바람을 타고,
세찬 자갈이 눈에 박혀도,
나는 험준한 길을 총명한 마음으로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