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의 마지막ㅡ 평안에 이르길

요양병원 이야기

by 다시인생

"오늘 돌아갈실뻔 했어요" "지금 산소3L 유지중이세요" 출근해서 근무인계시간에 들려온 할머니의 상태였다.


몇달동안 죽음의 문턱에 갔다 되돌아오기를 몇번...

'다행이다. 이번에도 잘 넘기셨구나' .

어느순간 움직이지도 못하고 산소에 호흡을 의지하며 경관식으로 영양을 유지하게된 할머니ㅡ

' 조금만 잘견뎌야해요'를 속으로 외치며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한다.


많은 환자들과 업무에 치이며 영혼을 갉아먹는듯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런와중에도 유독 신경을 쓰던 할머니였다.


면회오는 자식도없었고 그 흔한 로션하나없어 피부가 엉망이다.

움직이지못해 욕창이 생기기 시작했고 팔과 다리는 구축으로 오그라들었다.


병실에 들어가면 그냥 큰소리로 "할머니!!!"라며 불러본다. 눈을마주치면 미친사람 처럼 혼자떠들기 시작하는 나ㅡ 욕창은 더이상 생기면안된다는 나름 거대한 신념을 가지고 체위변경을 해주면 '아!!!'라며 소리를 지른다. 몸이굳어 작은 움직임에도 통증을 느끼는듯 하다. '아'는 할머니가 유일하게 할수있는표현이다

그런할머니가 측은하다.


유독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가던할머니 ㅡ



이틀 off (병원에서 쉬는날을 off라 칭함)를 마치고 출근해서 환자명단을봤다. 할머니가 없었다.

"할머니 중환자실 내려가셨어?" 병원에서는 흔한일이기도하고 반복되는 상태악화로 나름 예상했던 일이였다.

"아뇨ㅡ 어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학생이 발견해서 병실에 들어갔더니 돌아가신상태였다고한다. 아침까지 바이탈도 괜찮았고 산소포화도도 괜찮았단다.

겨우 2틀 쉬고 왔는데ㆍㆍㆍ


50의 나이에 많은 이별을 경험했지만 앞으로 그보다 더많은 이별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매번 이별이 다가오면 슬픔... 외로움... 그리움...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된다.

이별은 계속해서 반복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인간이 신과다름을 느끼는 순간이기도하다.


나는 종교가없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기도한다.

살아있는이와 죽어가는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위해서

마지막은 평안에 이르길 기도한다.


할머니... 그동안 고통 외로움 잘견디셨고 좋은곳으로가셔서 편히 쉬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극한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