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환자의 픽션으로 써보는글 ...
병원에 누워있던게 언제인지 모른다. 하지만 말해주지 않아도 계절은 알수있다. 천장에 있는 시스템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나오는지 더운바람이 나오는지로도 알수있고 간병사들의 옷차림 서로의 대화로도 알수있다. 그리고 가끔씩 나를 면회오는 가족들의 옷차림으로도 알수있다.
자식들이 면회를 와도 말은 못하지만 눈으로 말을 걸어본다. ‘나 외로워’ ‘나 집에가고싶어’ ‘나 힘들어!!!’ 하지만 알아들을리 없잖아. 체념한다.
자식들은 그저 간단한 안부를 묻고 불쌍하게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30분도 안되서 ‘엄마 또올께’라는말을하고 병실을 나간다. 간병사에게 잘부탁한다는 말을하고.. 자식들도 사느라고 바쁠테지. 이해해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서글픈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나에게도 청춘이 있었다”
나도 엄마아빠가 있었고 처녀시절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도 했었고 결혼도하고 꿈도 있었다. 그런데 그아이들을 키우면서 꿈이 사라졌다. 먹고살기위해 돈을벌어야했고 그돈으로 아이를 키우다보니 나는 어느덧 나이를 먹고 병을얻었다.
우리가 자식을 키울 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젓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고 기거나 설 때 응원을 해주고 지켜봐주었던 시절이었었듯 내가 병들어 음식을 먹지못할 때 먹여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기를 바라는건 큰 욕심이겠지.. 옹알이하는 아가한테 대화를 하듯 나한테 눈을 맞춰주고 얘기를 해줬으면 ㆍㆍ 내가 대답을 못해도 추억의 얘기들을 나눌수는 없을까.
이런 생활이 언제끝날까
건강하게 100살까지 살다 가족들옆에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생을 마무리할줄 알았는데 요양병원에서 맞이한 여름만 대략 6번이 지나간 것 같다.
죽는것도 무섭고 사는것도 무섭다. 너무 힘들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펴지지도 움직이지도못하고 욕창도 생겼다. 점점깊어진다.
열도난다. 간병사들의 대화가 들린다. “98살 이잖아” “갈때가 됐지” “보호자들도 빨리갔으면 할꺼야”
내 얘기 같다. 저사람들은 내가 못듣는다고 생각하는걸까. 하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않는다. 내가 이런대접을받는게 뭐 대수라고. 어차피 죽을날만 기다리는건 맞잖아. 저들에게 나는 인간이 아닌 해야할 일거리일뿐.. 경관식으로 밥을 먹여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말을 하는 다른환자가 이것저것 해달라고하면 짜증내는 소리도 들린다. 아무말못하는 내가 더 좋은 것 같다. 귀찮다고 구박받지는 않으니.
내몸이 오그라드는게 태어났을 때 아기들이 웅쿠리고나오는 것과 같지않은가. 아이들이 나오듯 나는 웅쿠리고 다시 저세상으로 들어갈준비를 하는거겠지.
나를위해 진심으로 슬퍼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죽음의 문턱에서 두려움보다는 행복으로 충만하게 마지막을 맞이할수있을텐데.
" 드디어 내몸이 이상하다 "
열이난다.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내주변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혈압이 낮아" "산호포화도가 떨어지고있어" 내몸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산소마스크가 내입을 막았고 주사가 팔에 놓여졌다.
드디어 끝인가? '그냥 나를 가만히 내버려둬!!' 마지막으로 힘을내어 외쳐보지만 이마저도 내마음대로 할수없다는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들은 내가 아무런 느낌도 없을꺼라고 생각하겠지. 듣는다고 생각은 할까? 이들한테 늙은이들의 목숨은 가치가 있을까. 여러가지 의문에 휩쌓이지만 마지막 준비를 하는내가 하고푼말은 침대에 누워있어도 우리도 생각하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에 움직이는 모든이들이 내가 누운 이 차가운 침대에 누워있을수 있다는것을 기억했으면한다. 나는 이제 떠날것이다. 편안한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