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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Feb 18. 2024

서른 번째 맞선 ..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꽃 다운 시절엔  자리가 생기면 호기심 가득

조금쯤의 흥분과  레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젊다는  자체 그  하나 만으로도 모든 게 다 눈부시던 시절이었으니 거칠게 아무것도 없었다.

점 점 낙엽에 가까워질수록 아이고 이걸 또 나가 말아..

고역스런 자리가 되다 보니 그날도 여지없이 홍여사와 한 판 씨름을 했다

이것아, 니 나이  생각도 해야지.

낼모레면 서른이여. 거저 줘도 거들떠도 안 볼 나이라고...뿔도 없는 주제에 눈만 높아 시건방

 떨지 말고 잘하고 와...

말은 그리 하지만 괜히 옷매무새도 만져 주 신발도 가지런히 놔주며  제발 좀 나가 다오..하는 무언의 압력과 함께 은근 비위를 맞춰 주는 게 느껴졌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언니구 엄마구 절대 따라 나올 생각도 말.

근처에 얼씬거리지말고.

몰래  숨어있는 낌새라도 보이는 날엔 확  다 차버리고 나올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례히  맞선  자리마다 껀수 만들어 쫓아 나오거나  몰래  뒤를 밟아 나름 숨어 앉아서는  귀  쫑긋 거리며 수군대는 게 불편하고  빈정상했다.

낼모레면 서른 고비인 처지에  정말 쥐뿔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기세 등등인지 큰 소리 떵떵, 으름장을 놓으며 집을 나섰다

쥐뿔 있는 사람 다 나와보라 그래..


날씨는 또 어찌나 더운지 사람 찜  쪄 먹고도 남을

7월 30일 오후 3시. 

작은 움직임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맞선에 대비해 새로 산  흰색 투피스가 선녀의 날개

옷처럼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햇빛  쨍쨍이어야 주름만 더 보일 텐데  시간을 너무 일찍 잡은 건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하며

호텔 로비에 도착하니 2시 30분.

햇 볒 쨍쨍  푸르른  날 보단  억수같이 쏟아지는

에  천둥 번개까지 양념으로 쳐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평소 성격대로 지각 같은  와는 거리가 멀다  보니 여지없이 일찍 당도해 시간 죽이기에 돌입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잠깐 동안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가 저려옴을 느꼈다.

한 해 두 해, 나이 들수록  맞선이란 것에 자괴감이 들고 자신감은  바닥을 치더니 맞선 주선자를 원망하는

 못된 버릇까지 생겨났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혼자만의 다짐을 하고 나오긴 했으나 혹여  마지막 기대치 같은 게 남아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인연이고 나발이고  다 포기단계쯤 일까,

그것도 아니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위에 하나 둘, 연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심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지 그 당시 꿈을 꾸면 꿈속에서도 나이만 배 터지게  먹고

결혼을 못해  이렇게 혼자  다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악몽에 시달리던  시절이었다.

애꿎은 계단을 몇 번 천천히 오르내리다 2층으로 연결된 짪은 에스카레이터를 서너 번 왔다 갔다  해도 놈의 시간은 어찌나 더디기만 하던지.

나이 먹어 더는 못 할 짓이구나  아,  쪽팔리기도  하고

도루 빠꾸 해 가 버릴까 , 딴 데로 어 버릴까

아주  잠시 망설이다  라잇 케쎄라쎄라!

맞선 남 만나기 100미터 전,  3시 십 분 전.

크게 숨 한번 들이쉬고 비장한 마음으로 커피 숖 문을

벌컥 열어 제꼈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휘황찬란한  상황을 보며  동공지진과 동시에  입이 자동으로 떡 벌어졌다.

옴마야.. 신천지도 아니고  긴 어디, 나는 누구?

호텔커피숍쯤 이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대화도 조용조용, 사람들  행동도 조신하고 암튼

그런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이게 웬 걸,

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바글바글한  틈을 비집고 서로 머리 내미느라

 아우성치는 노오란 콩나물대가리 시루처럼  맞선남녀들로  가득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틈에서 맞선남을 찾을 엄두못 내고 주춤거리는데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카터 여직원이 짜증도 살짝

 곁 들여 앵무새처럼  조잘거렸다.  

여기서 상대방  이름 확인하세요~

아니, 불친절하게 굴 거면  집에서 자빠져 잠이나  잘 것이지  왜 나와 민폐냐 ,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옆에 나란히 적힌 이름을 신경질적으로

  찍어 주다.

그러자 퉁명을 떨던  앵무새 여직원이 커다랗게

 이름  쓴 종이를 들고는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한 바퀴 휙 돌려는 찰나,

바로 코 앞에서 반가운 듯 활짝 웃으며 손을 번쩍

 드는 그가 보였다.

쭈뼛쭈뼛 어색해하며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더운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했어요 .

 부드러운 눈빛의 남자가  최대한의   의를 갖추고는 점잖  말을 건넸다.

중후한  체격에 낮고 그윽한 목소리며  따뜻한 시선이며 옳거니  좋았으..외모며 인상은 일단 합격!

내가 찾던 바로 오오오 그 이상형이었다.

 그동안 쭉 선 본 자리들을 되돌려 보자면  키가 땅달하거나  주둥일  대바늘로 총총 꼬메버리고

 싶을 만큼 말이 아주 많거나  빼짝  마른 송곳이거나  안경너머로  눈알이 팽팽 돌아간다거나

아니면 말 한마디 못 하는 숙맥이거나... 이  쪽에서 맘에 좀 든다 싶으면 상대가  냅다 걷어 차고  혹 상대가 흡족한 마음으로  애면글면  할라치면  이 쪽에서

 보란 듯이 차 버리는 핑퐁의 연속이었다.

싫은 상대한테는 옷 깃 스치는 것 하나, 눈길 한번 주는 거에도  쌀쌀맞고 인색하게 굴 정도였으니  쌍방

순조로운 인연 같은 건 언감생심이었다.

굽이굽이 긴 긴 세월 돌고 돌아  서른 고비에 드디어 오날 날 낙엽 신세를 면하려나 보다,  

낯설지  않은 느낌은 뭐지?....

짧은 시간에 혼자  족한 마음으로 파바박 머리를 굴리며  아이스커피의 얼음을 자작 깨어먹는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원처럼  바라보던 그가  너무 시끄러우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 묻는.

 둘이 나란히 걸어 광화문을 지나는데  맥주 인지 호프빠인지 커다란 간판이 보이자 더운데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수 있 다시 묻는.

뭐에 씌어도 단단히 씐 걸까  망설임의 망 자 도 망각한 체  조. 아. 요..

그 한마디로  맞선  날, 부추를 곁들인 훈제족발과 함께

어느새   짠~을 마주하고 있었다.

 술이라면 술 술 넘기는 술고래 우리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술 자릴 마다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소싯적 요리 뺀질 조리 뺀질 안 만나주고 비싸게 굴던 시절, 잠깐  미친 듯이 목메던 안경잡이 맞선남 왈: 겨울바다의 겨울바람 보다 더 차고 멀게 느껴진다던.. 그 콧대 높은 자존심은 어디다 내 버리고 단칼에,  

한 치의 망설임 따위도 없이 조. 아. 요. 라니~~

얘기도 지루하지 않게 이끌면서 말투도 단정하고 상대방 배려하는 모습치 오래 보았던 사람처럼  익숙하고 싫지 않은 저녁시간이었다

종로로 넘어 가 일부러  작심하고 고른 듯 한 공포영화를 보는데 꼿꼿이 다 보는   신기했던지  무서운 거 보면  어깨 뒤로도 숨고  손도  잡게 해 주고  뭐 그럴 줄 알았다며 씁쓸히 웃는다.

돌이켜 보면 홀라당 까진 거 없이, 앞 뒤 재는 거 없이, 대체 이는 어디로 먹었니, 나이 값을 못 하는 거니.. 마냥 착하고  순수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세상물정이나 연애사에는 실기에 약한  멍텅구리, 바보,  점 짜리였는지도...

 눈치 같은 건 어디로 내다 버린 건지 상대가 노리고 째리던  를 헤아릴 도 모르   동굴 속에  갇혀 낙엽 신세를 면하지 못했나 보다.

거기에 한 수 더 떠 찬물을 끼얹는 것도 아니고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배시시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무서운 장면  나오면 난  살짝 샛눈 뜨고 봐요...하니

 어처구니없다는 듯 어찌나 큰소리로  웃던지

주위사람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맞선 이후,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홍여사의 즐거운 비명 소릴 들어가며 귀가하는 시간은 의례히 그야말로 깊은 어둠이 마중 나오는

오 밤 중   밤 귀신!

장장 6개월의 구구절절  사연 많은 연애 끝에

흰 눈 펑펑 내리던 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당당하게 외치고

나갔던 자리에서의  마지막 인연으로 서른 번쯤의

 맞선 끝에 서른을 갓 넘기며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다.


한 살 차이 나는 남편은(정확히는 7개월 ) 한 살  차이의  밥그릇 수를 계산하며  심심찮게 하늘타령을 해 댔.

코너에 몰릴 때면 늘  앞장서 달려오는 소리,

이 싸람아, 남편은 하늘이여...

그 점잖고 배려 깊던 행동이며  따뜻한 말투며  그윽한 음성까지도 다 우리 집 멍멍이한테나 줘 버린 건지  

늘어나는 나이와 함께  철부지로의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잠결에도 손에 힘을 주며 놓치지 않으려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 사람이 원래  티브이귀신이었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 정도였다.

쇼파랑 한 몸 되어  주전부리 까먹으며 흐믓한 표정으로  넋 놓고 있을 때면  바보상자니 , 학예회 수준이니 할 땐 언제고  나도 모르는 드라마의 줄거리까지 줄 줄 꿰고 있는  아주메가 되어 있었다.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 주마..

노랫속의 그 미더운  세상 남자들은  결혼이라는

 무덤과 마주하는 순간 대체 다 어디로  한결같이

 자취를 감추는 것일까.

 맞선  날, 아무 생각도 없는 년처럼  술잔 기울이며  

조. 아. 요.. 그 한마디로 엮이지만 않았다면  오늘날

 내  인생이 다른 곳에서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나 않을런지.

백만 년도 훨씬 지난 어느 뜨거운 여름날의 

맞선이 바꾼 ...    내 인 생.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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